드디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두번째 시리즈인 '풀잎관'을 끝냈다. '풀잎관'이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는 것 같이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술라라고 생각했었고, 그 생각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마리우스의 영향력이란 정말 끈질기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술라가 비호감이고, 마리우스 쪽을 더 이해하는 편이다. 또한 그래서 더욱 이번 편의 결말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마리우스가 결국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 아니다. 꼭 그렇게 폭주할 수 밖에 없었나 하는 안타까움에서 오는 아픔이다.
《풀잎관 3》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말 대환장파티였다. 바로 전편인 《풀잎관 2》에서 정치적으로 라이벌이었던 마리우스와 스타우루스가 로마의 전쟁 앞에서는 뭉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훈훈함마저 느꼈던 나였는데, 이번 편에서는 정말 피의 복수..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권력의 눈먼 사람들의 폭주, 본인의 자존심을 내세우기 위한 처절한 복수가 메인이었던 것 같다. 숨겨왔던 광기를 이제 숨김없이 드러내기 시작하는 술라도 여전히 소름끼쳤고, 자신에 대한 예언성취만 생각하는 마리우스의 집착도 어이가 없었다. 결국 예언의 성취가 이런 것이라면 나같으면 깨끗이 포기할 것 같다. 심지어 조카의 이름이 자기보다 위대해지는 것이 싫어서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마리우스의 모습은 정말 짜증나도록 보기 싫어질 정도였다. 정말 인간의 욕심과 광기는 어디까지인가를 철저하게 보여준 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실 술라의 분노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마리우스의 집착도 어느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둘 다 결국 틀렸다고 생각된다. 결정적인 발단은 물론 술라가 로마로 칼을 향했던 결정이라고 생각되는데, 결국 그가 집정관으로 집권하는 동안 로마 공화정의 많은 장치들을 훼손시켰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쩌면 부정적인 권력활용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준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 마리우스는 죽었고, 아마도 다음시리즈에서 술라는 돌아올 것이다. 역사가 스포이긴 하지만, 로마는 그동안의 찬란한 공화정 문화가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다음시리즈를 시작하기도 전이지만 벌써 체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술라에 맞서 어린 카이사르가 어떠한 형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긴 하다.
술라는 지금 당장 그들과 긴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 해도 무슨 말이든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제 편이십니까?" 술라가 짧게 물었다.
그러나 술라는 마리우스와 전혀 달랐다. 술라와 맞서자니 데쿠미우스는 뭔가 매끄럽고 딱딱한 표면을 손톱 끝으로 긁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위치가 뒤바뀌어 있었다면 그자가 한 짓을 나도 똑같이 했을 거요. 기발한 수였어, 로마 역사를 통틀어서 그런 행동을 할 용기를 가진 남자는 단 둘 뿐이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그리고 나."
위대한 인물의 아들은 응석받이가 될 수 없어요. 제가 어떤 기대를 받고 자랐을지 생각해보세요. 아버지가 거인처럼 성큼성큼 세상을 활보하시면 아버지 발아래 서 있는 저는 아버지가 무얼 원하실지, 어떻게 해야 아버지를 가장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지 궁리하며 종종음으로 따라다닐 뿐이에요. 아버지 주위의 어느 누구도 아버지와 동등한 사람이 될 수 없어요. 머리로든, 능력으로든. 그건 아버지 아들인 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고모부, 사람의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것, 그 사람이 되도록 운명지어진 것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 역시 말씀드려요."
"어머니, 이 세상에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뿐이에요! 저조차도 제 인생이 다 끝나갈 때라야 내릴 수 있는 판단이고요. 지금은 시작도 하기 전이잖아요! 이젠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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