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김지은 『김지은입니다』

| Mashimaro | 2020. 9. 25. 09:30






참 읽기 쉽지않은 책이었다. 이런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는 늘 그렇다. 이미 그럴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그랬다. 사실 이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다. 내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저자가 뉴스룸에 나왔던 것도, 관련된 기사나 여론의 움직임도 전혀 알지 못했다. 단지 안희정이 성범죄사건으로 이슈가 되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있었다. 그리고 첫장을 넘겨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건...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읽기 쉽지가 않았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몇번을 반복해서 기술이 된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저자가 힘든 시간동안 계속 기억을 떠올려야 했던 것 같은 의식의 흐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사건을 겪으면서 경험한 고통, 미투로 공개하기까지의 고통, 공개한 이후에 사회로부터 받아야했던 시선과 2차가해에 의한 고통, 재판을 경험하면서 겪었던 고통... 심신이 약해져서 병원신세를 지거나 자해를 하기도 하거나 하는 과정들... 함께 읽어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니 당사자는 얼마나 더 괴로웠을까. 


거기다 이 책에는 직장생활의 고충들도 기술되어 있다. 이는 비단 저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을 것 같다. 이미 성범죄 이전에도 충분히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상황에 성범죄마저 저지르면서 어떻게 피해자가 잠잠히 있을거라고 자신하고 있었을까? 가해자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행동과 범죄에 무감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마도 피해자의 심정따위는 만분의 일도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을거라고도 생각했겠지...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더욱 절실히 느낀 것은 범죄 자체보다 2차가해가 더 잔인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저자도 오히려 2차가해 이후에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많은 데미지를 입었던 것으로 보였다. 분명 저자 이외에도 어디에선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을텐데... 과연 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낼 수 있을지 너무 걱정스럽다. 저자를 비롯해서 많은 피해자들이 조금씩이라도 더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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