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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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 Mashimaro | 2020. 9. 20. 01:12



일본어 리뷰 [Japanese Review]

 チョン・セラン 『保健室のアン・ウニョン先生』




대체 이 책을 언제 질러놓고 이제서야 읽었던가. 언제나처럼 묵혀놓았던 책을 읽었다. 이번의 계기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 된다는 공지와 함께 예고편을 보고 나서이다. 사실 예고편의 영상이 재미있어 보여서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퇴마사와 같은 소재 자체를 별로 즐겨보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책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영상은 보지 않을 것 같기에 어떤 내용인지 원작인 책으로 꼭 읽고 싶었다. 그리고 이때가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책은 재미있고 흡인력도 있었다. 스토리에 엄청나게 빠져든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가볍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는 기본줄기가 심플해서인데, 여러 에피소드들이 다양성을 더해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설정과 등장인물은 굉장히 단순하게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굳이 머리를 복잡하게 사용하지 않아도, 그리고 세계관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반대적인 성향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이 작품은 비교적 너무 가볍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 자신조차도 이 이야기를 오로지 쾌감을 위해서 썼다고 이야기한다. 아마도 그러했기에 나같은 사람도 이런 소재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퇴마사라는 소재를 가져와서 다소 황당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학교를 무대로 하면서 그 안에 여러가지 고민과 가치관을 녹여내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것이 무겁지 않아서 피식 웃으면서, 혹은 가볍게 공감하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고싶다. 그리고 이것 또한 작가의 내공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생각보다 중간중간에 많은 사회적인 이슈가 녹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면적으로 드러나거나 존재감을 무겁게 드러내지 않는다. 작가가 의도한 '쾌감'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 작가에게 무언가를 제시하면서도 무겁게 강요하지 않는 작가의 표현방법이 이책을 한층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준 것 같다. 




인표와 달리 은영은 매켄지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은영은 쉽게 다른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어서는 아니고 싫어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그럴 여력이 없어서다.


선생님들의 성대모사를 들으며 혜민은 부끄러워서 기절하고 싶었다. 되면 되지, 이제부터 하면 되지 하고 응원받았지만 마음이 조급해졌다. 살아간다는 거 마음이 조급해지는 거구나. 욕심이 나는 거구나. 얼떨떨한 상태에서 오래된 옴잡이의 마음이 점점 어려졌다.


아, 하고 은영이 학교 교훈이 새겨진 비석 앞에 멈춰 섰다. 화강암까지는 쓰지도 못하고 모조 화강암 코팅제를 바른 시멘트였다. 광개토대왕비를 흉내 낸 모양에 고전적인 서체로 ‘성실, 겸손, 인내’라고 쓰여 있었다. 셋을 합하면 결국 ‘복종’이 아닌가, 은영은 늘 끌끌 혀를 찼었다. 몇 년 전에 바뀐 교훈이었다. 그 전에는 ‘미래를 준비하는 슬기로운 인재’였는데 그 교훈도 썩 좋았던 건 아니지만 어떻게 봐도 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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