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첫번째 시리즈인 《로마의 일인자》가 끝나고 《풀잎관》을 읽기 시작했다. 이것은 즉, 주인공이 호감이었던 마리우스에서 비호감이었던 술라로 바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풀잎관 1권을 끝낸 지금, 아직까지 우리의 마리우스는 건재하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해있던 술라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까지 다시 등장했다. 아니, 술라는 사이코패스가 확실한 것 같다. 물론 그가 정말 '난놈'인 것도 맞는 것 같다. 심지어 이번편에서는 주술사까지 등장해서 그의 대단한 미래를 암시해주기까지 했다. 그나마 술라의 모습을 참고 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의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이번편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인물은 드루수스였던 것 같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등장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에 대한 시민권 문제와 리비아의 문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 이 모든 사건에 드루수스가 관여되어 있다. 아마도 다음편에서도 많은 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고구마 백개와 분노를 선사했던 리비아의 사건은 정말 이 책을 못끊고 단숨에 읽어버리게 만들었다. 세상에, 기원전에도 DV가 존재했었다니...! 하마터면 내가 책속으로 들어가서 카이피오의 멱살을 잡을 뻔 했다. 심지어 첫째 딸래미의 그 말투와 행동이라니... 진짜 읽다가 혈압이 솟구쳐서..! 아무튼, 콜린 매컬로는 이번에도 정말 필력이 좋은 작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마지막의 루푸스의 추방은 그에 못지않은 정말 큰 충격이었는데, 이미 다음편을 조금 읽기 시작했기에 알게되었지만, 루푸스는 이 또한 하나의 씨앗을 심어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아무튼, 이제 점점 세대교체의 조짐이 더 강해지는데, 이노무 시리즈는 지루해지기는 커녕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물론, 멋있는 여성 아우렐리아와 그의 아들 카이사르에 대한 부각도 잊지않고 있다. 역시 역사소설은 역사 자체가 스포인지라 이미 기대를 한아름 안고 읽고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상하지 않도록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이 작품이 너무 좋다.
사실 우리가 벌이는 다른 전쟁들도 주로 그렇게 시작되죠! 어린애들 행진의 지휘도 맡겨서는 안 될 황금에 눈먼 사령관에게 로마 군단의 지휘를 맡기면, 그는 노획물을 노리면서 전쟁에 나서는 겁니다. 로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돈주머니를 불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입니까, 가이우스 마리우스? 로마가 이탈리아 갈리아와 히스파니아를 잇는 길을 계속해서 확보하기 위해서요? 그게 아풀리아나 루카니아 사람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 사람들이 그 길을 이용할 일이 있을 것 같습니까? 순전히 로마가 로마인들 입으로 들어갈 밀을 아프리카와 시칠리아에서 들여오기 위한 길이 아닙니까? 기근이 들었을 때 삼니움 사람들의 입에 들어간 곡식이 얼마나 됩니까?
로마인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진정 그렇게 큰 죄입니까?
로마의 법에 따라 우리는 그들을 또다시 벌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로마인이 되고 싶어한다고 해서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왜 그들은 로마인이 되고 싶어하느냐, 무엇이 최근의 이 대규모 가짜 신고를 조장했느냐가 핵심이 아닙니다. 진정 그들을 비난할 수 있습니까?
"그들은 우리가 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훔친 것이오! 사람은 마땅히 자기 것이라고 여기는 것을 훔칠 때는 그것을 훔쳤다고 하지 않소. 되찾았다고 하지."
"꼭 그래야 한다면 후회해요. 하지만 그것이 오늘이나 내일을 물들이게 하지는 마세요."
우리의 성장과정은 혈통만큼이나 비슷하다. 아니, 사실 그는 나보다 더 다양한 장소에 가보았다. 그런데도 그는 내가 단번에 이해한 몇 가지 것들의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사고방식이 다른 거다. 어쩌면 완전한 독재자가 된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사고방식이 변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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