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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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콜린 매컬로 『포르투나의 선택 1』

| Mashimaro | 2020. 11. 2. 08:18







드디어(?) 마리우스가 사라지고 술라를 거쳐 다음세대가 시작되는 포르투나의 선택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풀잎관 3》이 워낙의 대환장 파티였고, 다 읽고나서도 기분이 참 별로였던지라 이번에는 조금 새로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이번 편에서야 말로 술라가 제대로 그 비호감성을 발휘해주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아름답게 묘사되었던 그의 외모마저도 완전히 망가진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말그대로 잔인한 폭군의 혹은 독재자의 이미지 그대로 그려지지 않았나 싶다. 

풀잎관 시리즈에서 술라가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는 달리, 포르투나의 선택에 와서야 드디어 술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면 어린 카이사르에 대한 부분이랄까? 여차저차해서 어쨌든 카이사르는 유피테르 대제관의 자리를 떨쳐낼 수 있었다. 마리우스를 향한 술라의 비뚤어진 마음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이야.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전개이기도 했다. 이제 카이사르는 차근차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또 한명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폼페이우스였다. 뭔가 자기애가 넘치면서 물불 못가리는 자신감 하나가 그를 버티게 해주고 있는 듯한, 혈기왕성한 젊은이로 그려진 듯 하다. 나름 고집있는 젊은이 폼페이우스와 그를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놀아보려는 술라의 티키타카가 나름 재미있었던 듯도 하다. 아마 2권에서도 이런 상황들은 이어지겠지. 

어쨌든 술라는 이제 변해버린 외모만큼이나 본인의 성격이나 야망도 숨김없이 그냥 드러내는 듯이 보였다. 물론 그놈의 명예욕은 여전했지만. 집정관시절 원로원을 중심으로 정치체계를 죄다 흔들어놓았던 것 처럼, 다시 로마로 돌아온 그는 자기 중심적으로 다시 체제를 개편하였다. 로마가 점점 어디까지 변해갈지 새삼 궁금해질 지경이다. 포르투나의 선택 시리즈 역시 재미있게 끝까지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쇠붙이 금지, 무기 금지, 죽음을 보는 것도 금지 - 유피테르 대제관에게 군 경력이란 없다! 정무관 선거 출마권이 없는 원로원 입회자인 유피테르 대제관에겐 정치 경력도 없다! 경력 없음! 명예를 구하지 않고 명예롭게 되는 것, 존경을 얻지 않고 존경받는 것이 카이사르의 운명이었다. 유피테르 대제관은 원로원에 소속되고 국가에서 집과 돈과 음식을 받는, 굳어진 관습과 전통인 모스 마이오룸의 죄수였다.


"주인어른, 로마가 사랑하는 건 주인어른의 아버님입니다. 로마가 주인어른께 의지한 것도 주인어른의 아버님 때문입니다. 로마는 주인어른을 모릅니다. 주인어른께서 로마를 게르만족으로부터 구하고, 대 이탈리아 전쟁 초기에 연거푸 승리를 거두고, 집정관을 일곱 번 지낸 분의 아들이라는 것말고는요. 주인어른께서 그 일을 하시게 된다면, 그건 주인어른께서 아버님의 아들이기 때문이지 주인어른 자신이라서가 아닙니다."


카이사르는 방바닥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문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 미친 노인네는 유피테르 대제관의 라이나와 아펙스를 다른 사람한테 주지 않은 걸까? 나라면 저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마리우스 2세는 결코 그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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