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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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스러운 혼종 슈렌토

| Mashimaro | 2020. 10. 23. 11:32

올해는 오랜만에 헤드폰 유저로 돌아오게 된 것 같다. 굳이 코로나가 원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재택근무를 병행하게 되었고, 마음놓고 귀에 음악을 꽂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영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사실 어려서부터 귀가 조금은 민감한 편이었다. 절대음감이라던지 섬세한 성격이라든지 그런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음이나 코드 등은 나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수준이었고, 누군가 음이 틀어지면 어디다가 말도 못하고 혼자서 꽤 괴로워지는 타입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정도까진 아닌 것 같다. 그러다가 일본에 와서 처음 헤드폰을 접하게 되었는데, 헤드폰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다른 세계로 순간이동 하는 듯한 느낌이 좋아서, 당시 중저가의 헤드폰을 구입했던 것 같다. 아마도 첫 헤드폰은 오디오테크니카 제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에는 소니..였나? 아무튼 가난한 유학생이었기에 구입은 그렇게 했지만, 매장에서 청음했을 당시 마음에 품고 온 헤드폰은 젠하이저 제품이었다. 물론 지금은 젠하이저 헤드폰을 두대(유선 1대, 무선 1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돈이 없었던 나는 헤드폰 대신에 젠하이저 이어폰을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한창 헤드폰을 이용한 음악감상에 빠져있다가 한동안 학위논문이라는 큰 미션으로 인해 헤드폰과 이어폰의 존재감이 거의 사라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게 3-4년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올해 정말 오랜만에 우연히 헤드폰으로 음악을 재생하고 나서는 그 기분을 떨쳐내질 못했다. 그리고 결국 마음에 담았던 헤드폰, 이어폰들을 조금씩 지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적어도 돈을 벌고있으니 이전에 마음에만 품어두던 제품들을 질러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무조건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이 좋다라는 생각을 갖고있던 내가 이어폰의 매력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헤드폰은 당연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어폰이 비싼 것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헤드폰은 몇만엔씩이나 주고 구입하던 내가 처음으로 2만엔이 넘는 이어폰을 구입할 때에는 손이 벌벌 떨렸던 것 같다. 그리고 물론 이것이 시작이었다. 일단 중상위급 이어폰을 듣기 시작했으니 귀가 내려갈 생각을 하질 않았다. 아무래도 역체감이 더 심한거니까… 그래서 파이널 E5000을 시작으로 Faudio의 scale을 거쳐 '여기'까지 이르렀다. 바로 베이어다이나믹의 셀렌토. (그러구보면 난 독일제품을 좋아하는 걸까?) 맞다.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솔직히 정가로 따져보자면, 헤드폰도 이 가격대까지는 질러보지 못했는데… 





물론 중고구입이다. 신품으로 구입하면 진짜 내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중고니까 그나마 눈딱감고 질렀지… 물론 결과물은 너무(x100) 만족스러워서, 이후 다른 이어폰은 거의 손을 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특별한 또 한가지 옵션. 슈어의 tw1 블루투스 모듈을 함께 사용중이다. 사실 슈어의 이어폰사운드는 그다지 좋아하는 성향은 아닌데, 블루투스 헤드폰인 aonic50을 사용하면서 슈어의 블루투스 음질에 매우 만족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블루투스 제품에는 나름의 신뢰감이 생긴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더 관심이 갔던 이유는 tw1이 mmcx단자를 채용하고 있는 이어폰이라면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 사실 이 부분이 더 끌렸던 이유이다. 그래서 슈어의 블루투스 모듈과 셀렌토를 결합한 혼종이 탄생했다. 일명 슈렌토. 사실 이건 produce dk 채널에서 나온 것을 보고 따라해 본 것이다. 보는 순간 필이 왔다고 해야하나…. 이거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정답이었다. 블루투스임에도 불구하고 음질이 정말 미쳤다. 그리고 덤으로 착용감도 매우 좋다. (모양은 참 이상하게 생겼는데..) 한참 끼우고 일하다보면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였다. 아마도 셀렌토의 해파리팁도 착용감에 한 몫 한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한동안 다른 이어폰은 휴식기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유선이어폰들 뿐 아니라 무선이어폰도 말이다. 솔직히 내가 그렇게 아끼던 MTW2를 방출해도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물론 당장 그러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비용이 큰 지출이었기는 하지만, 이렇게 또 만족감이 컸던 소비도 없었던 것 같다. 블루투스 모듈이나 와이어리스 제품들은 배터리문제로 천년만년 사용하기는 힘들겠지만, 아무래도 셀렌토는 오래도록 나와 함께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쨌든 이어폰은 셀렌토로 일단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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