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완독한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를 읽으면서 정말 신선한 우리나라 작품을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은 이 《미세먼지》라는 작품집은 신선함을 넘어서 매우 창의적인 작품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모르는 작가들 투성이었고, 또 내용 자체도 '미세먼지'라는 소재의 공통점만 있을 뿐이지, 정말 이렇게나 다양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투영된 작품들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간혹 너무 참신하거나 기발한 소재를 사용하면 자칫 내용이 산으로 갈 수 있고, 또 복잡한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지만, 이 작품집은 일단 단편 모음집이기에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공모전에서 선택받은 작품들이라서 그런지 일단 이 책은 기발한 생각들이 넘쳐난다. 나야 현재 일본에 와서 생활하고 있으니 미세먼지에 대해서 그렇게 피부로 확 와닿는 상황은 아니지만, 요 몇년동안 한국이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점에서도 이러한 소재는 꽤나 눈이 가는 소재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김청귤 작가의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구역〉과 김효인 작가의 〈우주인, 조안〉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것 같다. 미세먼지라는 소재 하나로 어떻게 이렇게까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두권을 연달아 우리나라 단편집을 읽고나서 진지하게 젊은 작가들의 책들을 많이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참신함, 기발함이 너무 신선하고, 또 우리나라의 상황들과 정서가 많이 반영되고 있는 듯 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좋았던 것 같다. 그동안 나조차도 너무 해외문학에 치우친 독서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수안에게 이 메시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평소에는 까마득하게 잊고 살다가, 죄책감을 떨치기 위해 아무렇게나 보낸 문자 한 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등쳐 먹기 위해서라도 매일 찾아오는 미주가 더 중요하다. _ 조예은 〈먼지의 신〉
작품 목록
류연웅 | 놀러 오세요, 지구대 축제
김청귤 |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구역
박대겸 | 미세먼지 살인사건 - 탐정 진슬우의 허위
김효인 | 우주인, 조안
조예은 | 먼지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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