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접하는 책을 읽기 시작할때 작가에 대해서까지 잘 알고나서 읽기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야말로 책에 대해서는 충동구매를 잘 하는 편이고, 가능한 한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디셀렉트나 밀리의 서재와 같은 구독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그랬다. 왠지 조금이라도 끌리는 책이 있다면 그저 리스트에 추가해두었고, 기분에 따라 혹은 갑자기 꽂히는 대로 읽기 시작한 책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작가에 대해서 이미 하나의 큰 정보를 알고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작가의 나이가 14살이라는 것. 물론 지금은 몇살 더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지금도 학생이며, 심지어 이 작품은 작가가 14살 때에 쓴 데뷔작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들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어린 작가의 소설은 또 처음읽어보는지라 관심이 동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만약 내가 작가의 나이라는 정보를 몰랐다면 이렇게 어린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그만큼 꽤나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물론 당연히 재미있다. 뭐랄까 큰 자극이나 복잡한 구조의 글은 아니지만, 그랬기에 더 놀랍기도 했다. 순전히 글빨과 스토리로 승부했다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솔직히 가장 놀란 것은 어린 작가가 썼다고 믿기 힘들어지는 성숙함이다. 글 전체에 깔려있는 생각이 너무 성숙하고 그리고 그 시선이 참 따뜻하다. 조금씩 현대사회의 고정관념을 비틀어내는 촌철살인도 있다. 과연 14살에 나이에 나올 수 있는 내공일까 싶다. 거기에 더해보자면 지식량도 상당한 것 같다. 아무렇지않게 등장하는 많은 개념들이 내가 14살이었다면 알지도 못했을 만한 것들이 좀 있었다.
어쨌든 작가의 나이이야기를 제외하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고,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하나미와 엄마의 세상을 살아가는 마인드는 정말 통쾌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가장 마지막 챕터에서 다른이가 두 모녀를 보며 서술하는 장치를 통해 더 크게 다가온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달까? 작가가 어린만큼,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작품들을 꾸준히 오래동안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엄마의 취미는 신문 읽기다. 좀 의외인데, 매일 신문을 읽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엄마니까, 신문 구독료의 본전을 뽑으려고 열심히 읽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지금 와서 학력을 만들 순 없지만 교양은 언제라도 익힐 수 있으니까.”
엄마는 안 보이는 곳이니까 괜찮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 돈을 쓰는 게 진짜 세련된 거라고.” 라고 말해주자, “엥?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보이는 곳에도 돈을 못 쓰는데. 걸칠 게 있으면 그만이지.” 라고 대답했다.
어? 어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입시를 친 적이 없다고? 그거, 설마 고등학교도 안 나왔다는 건가? 그런 어른이 있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다나카의 엄마는 열심히 일해서 이렇게 다나카를 키우고 있다. 우리 엄마는 고등학교는 당연하고 대학교도 좋은 곳을 나오지 못하면 인생이 끝장이라고 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오오. 개미처럼 일하고 개처럼 먹으라잖니.” 다나카의 엄마가 명언을 재치 있게 활용했다. ‘개처럼’이라고 자기 입으로 말하다니. 나와 다나카는 얼굴을 마주 보고 웃었다.
“슬플 때는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우리가 먹은 음식을 준 사람에게 감사해야 한다. 생명을 이어주고 살게 해주는 사람이야.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이나, 먹을 것을 살 돈을 벌어온 사람이나.”
“반값이 아닌 초콜릿으로 제대로 만들었어. 맛이 두 배일 거야.”
'♡공감'과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Books >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가시노 게이고 『녹나무의 파수꾼』 (0) | 2020.07.03 |
---|---|
조 월튼 『타인들 속에서』 (0) | 2020.06.30 |
박영춘, 김정윤 『0.1cm로 싸우는 사람』 (0) | 2020.06.16 |
김교석 『아무튼, 계속』 (0) | 2020.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