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김교석 『아무튼, 계속』

| Mashimaro | 2020. 6. 14. 08:00






다시 돌아온 아무튼 시리즈이다. 사실 요즘 재택근무를 하면서 생활리듬이 많이 무너지고 있는 듯하여 읽기 시작했다. 왠지 나같은 귀차니즘, 게으름뱅이에게 자극을 줄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리고 의도와 100% 일치한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꽤 도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정말 조근조근 속삭이는 느낌으로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서 나에게 가장 남아있는 키워드라고 한다면 '루틴'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지속할 수 있는 힘, 혹은 미루지 않고 할 수 있는 힘. 그것은 루틴화 시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루틴'이라는 것은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것! 책에서는 특히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20분의 법칙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읽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미루기 좋아하고 그러다보면 오히려 더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생활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경험을 자주 하고있다. 그러한 면에서 매우 큰 자극이 되었다. 확실히 책을 읽은 보람이 생겼다. 


책의 구성은 알기쉽게 나뉘어져 있다. 앞부분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뒷부분에는 '쭉 하다 보니 해오는 것들'로 나뉘어져 있다. 대체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앞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뒷부분의 것들은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과 혹은 마니악한 부분들도 들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감도는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아무튼 시리즈가 아닌가. 뒷부분은 나의 케이스를 대입해가면서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어쩄든 이번 아무튼 시리즈도 역시 성공이다. 이 시리즈는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식의 엄격한 통제만으로는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참고 견디면서 하는 다이어트가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자기가 만든 루틴을 지키는 데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그건 평온한 일상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러니 이런 잔기술에 앞서 스스로를 항상성이 높은 체질로 바꿔야 한다.


늘 똑같은, 변함없는 하루를 바란다면 닌자처럼 스스로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을 줄 알아야 한다. 일상의 관성과 항상성은 별일 없이 사는 잔잔함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존재감은 늘 변함없이 사는 일상의 궁극이라 할 수 있다. 장난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닌자다움이야말로 항상성을 유지하는 필살 비기다.


일상 루틴의 제1조항은 정해진 루틴에 의문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고, 제2조항은 예외 없음이다. 어떤 상황, 어떤 사정, 어떤 감정의 돌발 변수에도 흔들림 없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정언명령과도 같다. 협상의 여지는 아예 없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라든가 철학가의 끊임없는 회의는 필요 없다. 정했으면 토를 달지 않고 지키려고 애쓰기만 하면 된다.


쉬고 나서도 할 일은 그대로다. 즉, 시간을 유예할 뿐 제대로 된 휴식이 아니다. 정해진 루틴이 있으면 이런저런 해야 할 것들의 압박 속에서도 그 일을 미루며 괴로워할 시간에 그냥 자동으로 정리를 끝내도록 이끌어준다. 짧은 시간 움직이는 것으로 온전히 쉴 수 있는 긴 시간이 주어진다.


돌아보니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을 되도록이면 외면하면서 커져가는 책임감을 유예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삶에서 계속되고 있는 여러 ‘계속’들에 대한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나는 한 번도 내 일상의 모습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다고밖에. 어쩌면 나는 내가 누렸던 행복들을 계속 그대로 붙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평생 같은 곳에 머물고자 애쓰는 사람의 이야기다. 지금이 늘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길 바라는….




'공감'과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