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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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한용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 Mashimaro | 2020. 4. 17. 20:33






지인이 책을 썼다길래 내용을 살펴보지도 않고 구매했다. 물론 살펴볼 것도 없이 책의 테마가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일단 전곡선사박물관이란 나에게는 각별한 곳이고, 전곡리유적의 발굴에도 참여했었고, 또 저자가 직속선배이기도 한지라.. 이 책은 나에게 일반서적 이상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같은 분야의 심지어 지인이 쓴 책이라 절반은 기대감, 또 절반은 긴장과 걱정을 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기도 하다. 물론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너무 재미있었고, 새삼 추억여행까지 하게되는 덤까지 얻었다. 


일단 저자는 글을 잘쓴다. 워낙에 달변가이기도 한지라 그러한 부분이 글에서도 묻어나는 느낌이다. 사실 나는 전문가가 쓰는 대중서를 좋아한다. 솔직히 전문가들은 논문이나 학술서를 쓰는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학술적용어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버릴 수 있는 편리함(?)이 있기에, 굳이 문장의 표현이나 설명의 친절함 보다는, 정확한 데이터의 제시나 연구의 참신성과 성과 등에 집중해서 서술하는 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서의 경우는 비전공자에게 친절한 설명을 요구한다. 그리고 심지어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까지 곁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도 나는 이 책이 잘 쓰여진 책이 아닌가 싶다. 그 이전에 이런 느낌을 받았던 책은 《인류의 기원》과 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정도일까? 이런 전문가가 쓰는 좋은 대중서을 나도 언젠가는 써보고싶다. 


어쨌든,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크게 관심갖지 않았던 구석기시대 혹은 선사시대에 대한 관심을 조금은 갖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우리 역사교육은 말 그대로 '역사'시대가 중심이 되어왔으니까. 또한 우리가 본격적으로 유물로 인식하는 것은 토기부터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고, 석기의 경우는 신석기시대 석촉단계 쯤은 되어야 석기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전곡리에서 출토된 주먹도끼 정도라면 아무리 오래된 구석기시대의 유물이라고 해도 석기로 보일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이 책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가끔 박물관에 가서 내가 직접 발굴했던 유물들을 볼 때면 그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이렇게 유물이 전시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구석기시대를 상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뿌듯해진다. 혹시나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그저 돌덩이로만 보였던 석기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해보고 싶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그 돌덩이가, 구석기시대의 사람들과 생활을 상상하게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존재가 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구석기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일반서적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었기에, 그러한 면에서도 중요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명필은 붓을 안 가린다지만 주먹도끼를 만들던 석기시대 장인들은 무조건 좋은 돌을 골라야만 했다.


구석기시대는 국경이 없었다. 그래서 현재의 나라나 민족의 개념은 더더욱 의미가 없는데 자국의 구석기유적의 연대를 점점 더 오래된 것으로 발표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을 보면 자기 나라의 영토 안에 구석기시대 유적이 더구나 아주 오래된 구석기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국격을 높여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진화와 구석기시대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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