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다. 그리고 공감된다. 여느 관련 책들처럼, 또 그리고 예상했던 만큼 가볍게 술술 읽힌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다행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지루하지 않다.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매번 읽는데도 질리지 않고 여전히 시원하기도 하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 스스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을 작가가 대신 이야기해주는 이런 대리만족을 포기할 수 없나보다. 그래서 또 읽었고, 여전히 재미있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들이 늘 재미있고 통쾌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작가의 글빨이라고 생각한다. 간결하고 스피드있게 진행되는 작가의 이야기들과 동반되는 감정들. 그것들을 내가 고스란히 공감하면서 함께 스피드있게 책을 읽어가게 된다. 이주윤작가 역시 그러한 글빨의 소유자인 것 같다. 통쾌했고, 대신 그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웠고, 또 내가 못했던 진지한 이야기들도 나누어주어 더 고마웠다. 나 역시도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나의 비뚤어질 수 있는 감정들을 조금이라도 더 다듬어서 내보내는 훈련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바로 또 이러한 책을 집어들고 읽지는 않겠지만, 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작품을 읽고 있겠지? 그래도 좋다. 난 여전히 내 또래 언니들과 책속에서 이러한 수다를 떠는 것이 즐겁다.
그녀의 말은 이러했다. 우리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적에는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했다. 상대방이 언짢을까 봐. 그런 그가 우리를 헐뜯을까 봐. 결국에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서 말이다. 그런데 세상을 좀 살아보니 남보다는 내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의 눈치를 살피며 행동하는 대신, 싫은 건 싫다고 얘기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주장하게 된 것뿐. 그런데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우리의 모습이 결혼 못 한 노처녀가 괜한 성질을 부리는 것으로 비치는 모양이다. 우리는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는 게 아니다. 그저 스스로가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밝혀도 괜찮다는 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러니 자책할 필요 없다. 우리는 정말 잘살고 있으니까. 순간, 내 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노처녀로 보였다.
어쩌면 우리가 타인에게서 듣게 되는 무례한 이야기는 상대가 의도치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언변에 능하지 못하여 제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투박한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 버린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들이 함부로 내뱉는 것처럼 들리는 말이 사실은 상대방에게 가까워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걸 이제는 알겠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랬으니 말이다. 그녀는 이다지도 대화에 서툰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도 엄청나게 밥맛 떨어지는 애라고 생각하며 두고두고 흉을 보겠지? 얘, 알고 보면 나 그렇게 재수 없는 사람은 아니란다. 진짜야. 믿어줘. 정말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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