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나서 매번 후회하면서도 기어코 또 김진명작가의 소설을 읽고말았다. 물론 이번에도 리디셀렉트를 통해서 읽었으니 직접 구매해서 읽진 않았기에, 리스크가 적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늘 결말에서 갖게되는 실망감과는 별개로, 역시나 김진명작가는 페이지터너가 맞다는 생각을 햇다. 역시나 스토리는 흡입력있고 재미있었고, 또 지루하지않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힘이 있었다. 물론 김진명작가 답게, 국뽕(?)스러운 요소는 당연히 전면적으로 드러나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결말까지 읽고서도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년간 나온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좋았다고나 할까? 물론 《예언》과 《미중전쟁》는 현재 전자도서관에서 대출한 상태로 아직 읽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의 작품 전체를 비교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번 스토리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직지심체요절’을 소재로 한 금속활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를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연결시켰고, 이를통해 한국과 로마, 독일을 아우르는 스케일로 스토리를 전개시켰다.
여느때와 같이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내가 이 작품에서 좋았던 것은 조선시대의 한글창제와 금속활자를 연결시켰다는 점이었다. 물론 활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글과 연결시키는 것이 당연해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으로 나역시도 한글에 대한 중요성은 늘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보급해야하는 ‘활자’나 ‘인쇄’에 대해서는 크게 중요시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점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세종대왕이 숨어서 활자작업을 하고있던 은수아버지를 찾아갔던 부분이었다. 활자를 만드는 이들 또한 아마도 세종대왕과 같이 서민들에게 쉬운 글을 보급하고자 하는 비전공동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연결점을 상기시켜준 작가에게 참 고마웠다.
또한 소설 초반에서 등장인물들이 관심을 가지고있는 직지가 쿠텐베르크게 앞선다거나 우리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부분을, 결말에서 각 구성원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로 인쇄술의 우리의 삶에 이렇게 살아남아있게 되었다는 부분이 강조되었다는 점이 또한 좋았다. 누구의 문화, 어느나라가 먼저.. 이러한 개념보다는, 재능이 있었던 개인들, 그리고 그것을 펼칠 수 없는 제약적인 환경 안에서도 각자의 희생과 사명을 통해 인류의 문화가 조금씩 바뀌어 갔다는 점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러한 면에서 현재시점과 과거시점을 1, 2권으로 나누어 구성한 점도 좋았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2권을 통해서 이 작품에 대한 더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라틴어를 더 이상 어떤 나라에서도 안 쓰니 늘 발생하는 문제야. 라틴어 문헌은 단어 하나를 번역하려 해도 수백 가지 기록과 지명을 샅샅이 찾아야만 하지. 그래서 라틴어 하는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역사학과 언어학의 도사가 돼버려.”
이처럼 직지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기 이전에 인간 지능의 금자탑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직지와 한글은 그 존재 자체가 소수의 독점으로부터 지식을 해방시켜 온 인류가 손잡고 동행하자는 지식혁명입니다. 이기심에서 벗어나 이타심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위대한 메시지가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위대함이 ‘세계 최고’ 같은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직지와 한글에 담긴 인류의 위대한 지성,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이라는 정신을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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