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집트여행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 책을 발견하고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아나운서로 입사해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일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해외에는 종종 나가는데 거의 출장, 조사, 학회 등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사실 여행으로 어딘가를 갔을때 제대로 즐기는 법을 잘 모르기도 한 것 같다. 이번에도 이집트여행을 가고싶다고 생각한 것은 여행적 요소보다는 역사탐방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고,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나에게는 사치에 가까운 금액과 10일정도나 일자리를 비워야한다는 환경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저자와 같이 큰 것을 포기하지는 못한다. 저자는 주로 여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경험을 설명하고자 했고, 어느정도 공감을 하며 읽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끝까지 다 읽어내는데에는 조금 노력이 필요했다. 물론 여자의 입장을 조금 어필했다고 그렇게 느낀 것은 절대 아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으니까. 그리고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에도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문제는 내가 비뚤어져서인지 점점 무언가 훈계를 듣는 느낌을 가지게 되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혹은 자기계발서적과 같은 분위기가 강해진다고 느껴져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게 된 부분이고, 책의 내용은 실질적으로 좋은 내용이 많았다.
아무튼 인생의 어떤 기로에서 무언가를 결정해야할 시기에 있다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혹은 직장생활이나 다른 여타 환경들 속에서 무수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면, 저자의 경험을 엿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나는 그만큼 강하게 결단할 용기는 부족한지라, 역시나 조금 부담스러웠지만서도..
나는 여행을 미루지 않는 가장 탁월한 방법 중 하나가 여행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된다면 진짜 여행을 떠나는 일이 그리 큰 산처럼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내가 직접 겪어보니, 여행은 여행자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다. 나는 인생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생 또한 흐르는 시간을 사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이 머무는 대로 이동할 때 진짜 여행자가 되듯, 인생도 얼마든지 당신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신화와 인생』(갈라파고스)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어서 인간이 겪는 원초적인 두려움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굶어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둘째,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 하는 두려움
원래 남들의 사건 사고보다 내가 걸린 감기가 더 중요하고, 내일 데이트에서 입을 옷을 고르는 일이 더 다급한 법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실제로 남들 또한 내 인생에 큰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에게 상처가 된 말도 알고 보면 별생각 없이 던진 것일 수도 있다. 이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칠까 하는 두려움 정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뭐해 먹고 살 거냐는 질문에는 ‘지금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고 본다. 맞다. 변화를 꾀할 때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것들을 반드시 놓아주어야만 신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새로운 일을 하려 할 때 가장 힘든 것은 도전 그 자체라기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아주는 일이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더 좋은 걸 만져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놓아주지 않고 계속 새로운 것을 원하기만 하는 때가 곧 삶을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하게 만드는 시점이기도 하다
적어도 우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을 위해 밤새 시조를 외웠던 만큼, 수학의 미적분을 풀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던 만큼 ‘나’를 공부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서른이 넘어서까지 하고 있을 필요도 없을 것이고, 내가 바랐던 모습과 현재의 내 모습 사이에서 굳이 타협점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회사에 다니는 이유가 ‘나만 안 다니면 이상할까 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째서 회사에 다니며 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확실한 목적과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나’를 아는 길이자, 복잡한 삶을 뒤로 하고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며 사는 길이다. 자신을 아는 사람의 삶은 단순하고 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앞서 말한, ‘굶어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 하는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만이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는 『지극히 적게』(북폴리오)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혼자 있는 것을 진정 즐기는 사람만이 자기 자신과 우정을 맺은 사람이다.”
앞서 말한 삶이 쉬워지는 일상의 공식 세 가지, 즉 타인과 나를 분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제2의 시선을 갖고, 자신의 이름을 명확히 하게 되면 분명히 당신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것이다. 게다가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가면, 매번 반복되는 삶에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발견만 하고 이를 정리하지 않으면 자신의 소중한 생각들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따라서 기록으로 이것들을 정리하고 남겨야 하는 것이다.
글이 생각처럼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나만의 이야기 장치를 하나 만드는 것도 좋다. 나는 여행을 하다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코끼리 모양의 열쇠고리를 구입했는데, 그것에 ‘영감을 주는 코끼리’라는 이름을 붙인 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글이 잘 안 써질 때마다 이 코끼리를 빤히 쳐다보곤 한다. 나에게 영감을 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Travel is never a matter of money but a courage. ― 파울로 코엘료
가족관계가 서로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면 우리의 인생은 더 복잡해지고 행복과도 멀어진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가족이 원하는 걸 우선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족 간의 사랑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이 한마디를 가슴에 새겨보자. ‘나를 위해 희생해도 되는 사람은 나뿐이다.’ 이것만 잊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심플해진다. 서로의 희생 없이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다.
인생에서 한 번쯤 무언가에 중독될 정도로 푹 빠져본 사람들에게는 순수한 열정이 있다. ‘열정’이라는 불타오르는 에너지가 있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남들에게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다.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의 삶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농담을 던졌을 때 바로 튀어나올 수 있는 말은 얼마든지 금방 떠오른다. 정말 신기하게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말들은 우리 주위에 널리고 널렸다.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반대로 상황을 나아지게 만드는 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은 왜 그렇게 못 하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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