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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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아오키 오사무 『일본회의의 정체』

| Mashimaro | 2019. 11. 2. 22:15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한일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서 크게 이슈가 되기 시작한 책이기에 나 역시도 읽게 되었다. 일본회의에 대해서는 나름 꽤 들어보긴 했지만, 정치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배후의 우익조직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었다. 때마침 리디셀렉트에 올라오기도 해서 부담없이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아오키 오사무씨인데, 일본 교도통신의 기자출신으로 서울 특파원 등을 지내면서 한국사정에 대해서 잘 아는 지한파로 통하는 사람이다. 한국어도 어느정도 구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거의 편향된 보도만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언론계에서 흔치않은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저널리스트인데, 이는 왠만하면 편중된 패널로 배치하는 대부분에 방송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가끔 등장하는 지한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상에서는 넷우익을 중심으로 무차별로 공격당하는 이미지가 나에게 강하게 남아있다. 

이러한 작가가 쓴 취재글인 만큼,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서 나는 비로소 왜 일본의 정치가 광적으로 흘러가게 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된 것도 같다. 아무래도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역시 일본회의라는 조직이 종교단체로 부터 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곳에서 카리스마적인 리더쉽을 가지고 있는 일부 특이한 인물을 추종하며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이 많은 부분을 납득시켰다.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우려스러워지는 것은 이러한 일본회의의 활동 및 우익활동이 점점 더 조직화하면서 일본사람들을 우민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이 점점 현실에 반영되고 있는 사실을 직접 목도하고있고, 이에 대해 위기감이나 큰 문제의식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점도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고 느끼게 하는 점이다. 

어쨌든, 우리라도 일본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한일관계를 좋게 가져가든, 이대로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든, 어느 방향이라도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알고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저 계속 이해할 수 없는 나라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로 해결책조차 찾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다르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이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음스텝으로 나아가야한다면, 먼저 그들을 제대로 파악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을 읽은 이후 더 강하게 드는 것 같다.  





거듭 말하지만, 일본회의는 어디까지나 임의의 정치단체에 불과하므로 당사자인 일본회의가 스스로 자금 상황 등을 밝히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내막을 알 도리는 전혀 없다. 다만 이들 증언에 의하면, 자금이 풍부한 신사본청이나 메이지 신궁 등의 종교단체가 다양한 형태로 일본회의를 지지하는 구도임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창가학회에서 공명당을 창당했는데, 그 기세가 대단했어요. 나중에는 창가학회가 일본의 국교가 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어요. 그에 대한 공포심과 경쟁심에서 여러 종교단체가 정치단체를 조직하거나 정치가를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회의의 원류가 신흥종교인 생장의 집 출신의 우파정치가들이었다고 한다면, 현재 일본회의를 지탱하는 주축은 이세 신궁을 본종으로 하는 신사본청을 정점에 둔 신도 종교집단이다.

이는 극단적인 예이기는 해도 헌법개정을 둘러싼 우파의 생각은 분명 한결같지는 않다. 특히 종교단체 출신자에게 늘 따라붙기 마련인 ‘교리문답’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대동단결하는 형태로 정리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 일본회의였다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여러 번 언급했듯이 일본회의의 실무적·이론적인 핵심에는 전후 일본의 우파운동을 지지한 신흥종교인 생장의 집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며, 지금도 그들은 꾸준한 활동전개와 이론구축의 구동력이다. 다만, 동원·자금·영향력 등 여러 면에서 일본회의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이 신사본청을 정점으로 하는 신사계이며, 여기에 여러 신흥종교단체의 측면 지원까지 더해진다. 일본회의와 그 별동대가 각지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집회에는 종교단체와 신사계가 상당수 참가자를 동원하여 정치적 호소력을 높이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또한 집회나 이벤트 등에는 상당액의 자금을 제공하여 ‘개헌 찬성’ 서명 모집에도 조직적으로 협력한다. 물론 실제로는 신사에 따라 온도차가 있고, 공공연하게 협력하는 신사가 이를테면 10퍼센트 정도라 해도 전국에서 8만 곳이 넘는 신사계의 영향력은 절대 경시할 수 없다. 또한 그들은 일본회의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우파정치가를 열심히 지원하고, 득표 면에서 조직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 혹은 그녀들은 현행 헌법과 그것이 상징하는 전후체제를 노골적으로 혐오하며 어떻게 해서든 무너뜨리고자 한다. 그리하여 종교적 차이에서 비롯된 작은 이견들을 버리고 하나로 대동단결하여 일본회의라는 정치집단으로 결집했다. 이러한 실태를 고려하면, 일본회의는 표면적인 ‘얼굴’로 우파계의 유명한 문화인, 경제인, 학자를 내세우지만, 실제 모습은 ‘종교 우파단체’에 가까운 정치집단이라 할 것이다. 거기에 배경음악처럼 깔린 것이 바로 전쟁 전 체제, 즉 천황 중심 국가체제로의 회귀 욕구다. 그렇다면 일본회의의 활동은 과거 이 나라를 파멸로 이끈 복고체제와 같은 것을 다시금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동시에 ‘정교분리’라는 근대민주주의의 대원칙을 근본에서부터 흔들 위험성까지 내포한 정치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종교 우파집단’이 선도하는 정치활동이 지금 확실하게 기세를 떨치며 현실정치에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결국 법안은 성립하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렀으며, 그 후에도 정계에서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일본회의는 반대 서명 모집 같은 운동을 반복한다.

‘아름다운 국가건설’ 그리고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2006년 9월, 아베 신조를 수장으로 하는 내각이 발족했다. 이는 일본회의를 필두로 하는 전후 우파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정권의 탄생’으로 여겨졌다.

아베 정권이 발족한 후로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일본회의가 ‘저지 운동’, ‘반대 운동’을 하는 단계에서 가치와 방향성을 제안하는 단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략) 부부별성문제, 외국인 참정권 문제, 국립추도시설 문제, 황실규범에 관한 유식자 회의의 제안,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일본회의는 ‘반대’ ‘저지’ 운동을 전개하는 데 에너지 대부분을 소비해왔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일본회의가 기대한 제1차 아베 정권은 아베 자신이 건강문제 등을 이유로 정권을 포기하면서 발족한 지 불과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후쿠다 야스오와 아소 다로가 이끈 2대 자민당 정권과 이후의 3대 민주당 정권을 거쳐 다시 아베가 집권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아베 정권은 이미 통산 재임 기간이 전후 5번째가 되는 장기정권으로, 제2차 정권 후에도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 관련 법제의 성립 등 일본회의와 전후 우파가 갈망하던 정책을 다수 펼치고 있다. ‘저지·반대 운동’에서 ‘가치·방향성을 제안하는’ 정권에 대한 기대는 이 정도에서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다.

삼권의 하나인 행정권의 수뇌로서, 국가의 최고권력자이기도 한 총리에게는 헌법을 존중·옹호해야 할 엄격한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총리로서 개헌을 호소하는 행위는 명백히 이에 반한다. 자민당 총재라는 입장에서 낸 메시지였지만, 이처럼 명백하게 개헌을 지향한다고 공언하면서 우파단체를 향해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최고권력자는 전후 최초라 할 것이다.

우파의 기세가 살아났다기보다는 좌파가 사라졌을 뿐이다. 이 또한 진실의 일면일 것이다. 비슷한 주장을 하며 비슷한 운동을 반복해온 것뿐인 우파세력에 대한 반대 주장의 소멸. 그 배후를 해석해보면 냉전체제의 붕괴와 사회당 및 노조의 쇠퇴가 있다. 이에 반비례하듯 우파나 우파적인 언행은 점차 기세를 더해왔다.

이런 현상은 배타적인 주장과 불관용의 풍조를 강하게 하는 토양이 되었다. 정치가나 문화인, 학자, 언론인 중에도 배타와 불관용을 선동하는 인물들이 빗자루로 쓸어버릴 정도로 많다. 외국인이나 사회적 소수자에게 공공연하게 차별적 언사를 쏟아내는 어리석은 인사가 다수파가 되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일본은 타국보다 우수한 ‘특별한 나라’라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언론기사, 뉴스, 텔레비전 프로그램, 서적 등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것들이 ‘아름다운 나라’를 칭찬하는 아베 정권과 일본회의의 주장에 대한 희미한 공감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아베 정권이나 일본회의에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일본 사회 전체가 병에 걸렸으며, 일본회의는 그 심각한 상황을 상징하는 존재에 불과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전쟁 전에도 그랬습니다만, 정체기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지해주는 종교와 내셔널리즘에 과도하게 의지하게 됩니다. 전쟁 전에는 국체론이나 천황숭배, 황도皇道 같은 것에 집약되었지요.” - 그리고 지금 다시 한 번, 정체기에 일본회의와 그 주장에 대한 공감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위험하다고 생각합니까? “예,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도지령을 부정하고, 정교분리도 짓밟고 있어서 이는 전쟁 전으로의 회귀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게다가 현재는 일본 사회 전체에 아종 바이러스와 유사 바이러스, 혹은 저질 바이러스가 확산·만연하여 마침내 뇌골수, 즉 정권에까지 악성 바이러스가 파고들었다. 이대로 간다면 근대민주주의 원칙조차 무너질 수 있다. 경고의 종을 울려야 마땅한 언론마저 심각할 정도로 둔감하다. 예를 들어 2016년 5월 G7 정상회담이 이세 시마伊勢志摩에서 개최되어 아베가 각국 수뇌를 이세 신궁에 초대했을 때 이를 비판하는 보도가 하나도 없었다. 신사본청이 본종으로 우러르는 이세 신궁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친 것은 일본회의와 신사본청이 염원해 마지않던 사건이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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