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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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도대체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

| Mashimaro | 2019. 11. 2. 21:57







연애에 관련된 책을 얼마만에 읽은 것일까? 사실 얼마만에..라고 생각할 것도 없다. 거의 읽은게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작가때문이다. 이전에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라는 에세이를 읽게 되었고, 가벼우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작품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도 하고 느낀 점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작가가 두번째 작품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그저 읽기 시작한 것이다. 

확실히 이전 작품과는 소재가 다르기에 분위기도 꽤 달랐지만, 여전히 수다떨듯한 화법과 독백이 어우러지면서 작가특유의 잔잔한 위트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그래도 남들처럼 연애의 꽁냥꽁냥함 혹은 실연의 아픔 등에 대해서 매우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이전의 추억들을 되짚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전의 연애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 즉 여러가지 관계들에 대해서도 추억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된 것도 같다. 이번에도 여전히 따뜻하게 읽었고, 때로는 살짝 미소짓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 작가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마음으로 천 번쯤 한 이야기는 그냥 당사자에게 자동으로 전달되면 좋겠다.


남자 후배들(30대)이 소개팅을 해달라면서 말했다.
“우리의 요구 조건은 간단해. 예쁘고, 20대면 돼.”
내가 말했다.
“전혀 간단하지 않아. 예쁘고, 20대이면서, 너희를 좋아해야 하잖아.”


“넌 결혼 안 해?”
“오빠 주위 괜찮은 남자를 소개해주세요.”
“괜찮은 남자는 이미 다 결혼했거나……”
“???”
“죽었어……”
“죽을 것까지야 없잖아요!!!”


"M씨? 좋은 사람이야. 지금 생각해도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그런데 왜 거절했어?”
“좋은 사람을 대하는 법을 그때는 몰랐어.”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내 마음에 달린 것 같으면서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상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좋아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좋아하지 못한다. 내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뜨거울 수 있다면, 저쪽의 마음도 어쩔 수 없이 차가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면, ‘저 사람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생각하며 묵묵히 마음을 접자. 


한참 문자로 수다를 떨다 보니 내 과거를 다 알고, 언제든 그 일들을 소재로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내 흑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네가 있어서 좋다.
잠시 후 이런 답장이 왔다.
-그래? 나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정은 서서히 옅어지거나 흐려지는 게 아니다. 어느 날 어떤 일을 계기로 순식간에 뚝,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쌓이고 쌓이던 나쁜 감정이 어느 순간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누구나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자기 자신조차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의 정떨어짐을. 그래서 우리는 친구들을 만나 누구누구에게 정떨어진 사연을 몇번이고 되풀이해 이야기하며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떨어진게 잘못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어차피 모든 연애는 애정이 다했을 때 끝나는 것 아니었나. 부담스러워서? 부담스러움을 참을 만큼은 사랑하지 않으니 헤어지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힘들어서? 힘들어도 계속 만날 만큼은 사랑하지 않으니 헤어지는 것이다. 앞날에 자신이 없어서? 앞날에 자신이 있든 없든 붙들고 싶을 만큼은 사랑하지 않으니 헤어지는 것이다. 
그냥 그 정도까지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함께 있을 때 일부였던 이는 
떠나면서 나의 모든 것을 가져간다. 


책임지기를 원치 않는 관계란 게 가능할 수 있다. 또 충분히 많은 사람들과 그런 관계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과 화분 사이보다도 의미 없는 관계라면 그들로 족하다. 
돌볼 수 없다면, 그럴 마음이 없다면
나는 너의 사람이 되지 않겠다. 


몇 년 전엔 그리운 사람이 없는 것이 비통했는데, 지금은 그리운 사람이 없는 게 비통하지 않은 것이 비통하다.
몇 년 후엔 그리운 사람이 없는 게 비통하지 않은 게 비통하지 않아 비통하겠지.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결국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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