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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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

| Mashimaro | 2018. 10. 20. 20:00






드디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가 끝났다. 즉, 아서 덴트와 친구들(?)의 여행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들의 여행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막 돌아다니길래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것인가 매우 궁금했는데, 끝나고 보니, 참 이 작품다운 엔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피식~ 하고 웃게 만드는 것 같다. 


특히나 이번편에서 유난히 황당했던 것은 아서의 딸이 등장했다는 것인데, 중간중간 그녀의 캐릭터에 욱~하고 올라오기까지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캐릭터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딸의 존재자체에 대한 개연성도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니 오히려 개연성을 일부러 무시하는 소설답다. 하지만, 이 랜덤의 존재는 그녀자체가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 처럼 그녀 자체가 이 이야기의 핵심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고, 그러고보니 그녀의 이름 자체가 얼마나 절묘한지 다시한번 아! 하게 만든다. 하여간 이 작가는 말장난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어쨌든, 지구의 멸망으로 시작해서, 지구로 돌아와서 끝을 맺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스타브로 물라 베타'가 나오는 순간, 포드와 함께 나도 피식 웃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끝까지 헛웃음을 지으며 읽게된 작품이지만, 마지막 작품해설을 읽으면서 아.. 그랬구나.. 하면서 새삼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라는 생각도 했다. 말도 안되게 우왕좌와 좌충우돌 우주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지만, 매우 평범하게, 그리고 대체로 무해하게 돌아온 것 같아서 좋다.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일어나면서 다른 일을 일어나게 만드는 일은, 그게 어떤 일이든지 간에 또 다른 어떤 일을 일어나게 만든다.

일어나면서 다시 반복되어 일어나는 일은,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또다시 반복되어 일어난다.

하지만 반드시 시간 순서댇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 문제들 중 하나는 빛의 속도와 그 속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어렵다는 사실과 상관있다. 사실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는 없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여행하는 것은 없다. 나쁜 소식 정도라면 예외가 될 수 있을까. 나쁜 소식은 자신만의 특별한 법칙을 따르는 법이다. 



논리는 멋진 것이지만, 발전 과정에서 밝혀졌듯이 몇 가지 결점이 있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들은 모두 적어도 자기만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에게 속아 넘어갈 수 있다. 완전히 논리적인 로봇을 속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똑같은 자극순차를 계속 줘서 환상 회로에 갇히게 만드는 것이다. 



현금 인출기를 한번 예로 들어보자. 사람들은 줄지어 서서 지문을 인식하고, 망막을 스캔하고, 목덜미에서 피부조각을 벗겨내서 즉석(혹은 거의 즉석--지루한 현실에서는 6~7초 정도가 족히 걸리니까) 유전자 분석을 기다린다. 그러고는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가족이나 선호하는 식탁보 색깔에 대한 등록 정보에 관한 교묘한 질문들에 대답해야 한다. 그런 일을 그저 주말에 쓸 현금 좀 빼내자고 해야 하는 것이다. 



"나한테 보이지도 않는 걸 대체 왜 보여주는 건데?"

"당신 눈에 보인다고 해서 그게 거기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리에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의 감각들이 주의를 환기하는 것일 뿐이에요."



은하계 전체를 아우르고 시간 여행을 밥 먹듯 일삼는 시공간적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이 엄청난 상황과 희한한 등장인물들의 동기며 정서는 하나같이 치졸하고 사소하며 한심스럽고 시시껄렁한 데다 너무나, 너무나 낯익다. 모든 것들은 우리가 여기 지구에서도 익히 겪은 바 있는 부조리한 일상적 상황이 우주적 규모로 뻥튀기되어 있는 것들일 뿐이다. (김선형, 권진아 _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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