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실뱅 누벨 『깨어난 신』 - 테미스 파일2

| Mashimaro | 2018. 10. 4. 09:38






세상에, 결국 이 시리즈  책 두권을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사실 스토리가 미친듯이 박진감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계속 읽게하는 힘이 있고, 또 일단은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려고 그러는거야? 라는 궁금증에 더 자꾸 읽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이번 편에서는 드디어 이 거대한 로봇들이 지구 곳곳에 등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고, 그리고 왜 이들이 나타났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졌다. 그리고 뭔가 결말은... 결국 구원의 키는 그것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어 살짝 실소도 했지만, 뭐 아주 진부하게 엮지는 않아서 그 또한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개연성은 없지만 갑자기 《총, 균, 쇠》가 생각나기도. ^^


사실, 결말이라고 해야하나? 이 소설의 전제가 되고 있는 로봇들의 존재 혹은 외계인의 존재, 그리고 그들이 왜 왔으며,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좀 납득이 덜 된것 같다. 뭐 이야기 설정 자체가 그렇게 되어있으니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부분이지만, 흠.. 글쎄? 어쩌면 난 뭔가 좀 더 뒤통수를 딱 치는 그런 스토리를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전율이 없다고 해서 이 소설이 재미있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일단 SF에 문외한인 내가 이틀만에 두권을 해치우게 했으니까. 


그래도 유전자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완전 반대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참신했다. 사실 이 부분이 키포인트이기도 했고. 그리고 이건 정확치 않지만, 작가가 이러한 장치 혹은 설정을 통해서 인종차별 혹은 우리가 인종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정면으로 비꼰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뭐 사실은 그리 진지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1권 《잠자는 거인》을 읽으면서 혹시 이 책이 두권으로 완결나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했었는데, 어쩌면 그것은 정답인 것 같다. 사실 에필로그 전까지만 보면 이걸로 스토리가 일단락되어 이야기가 끝났다고 볼 수 있는데, 에필로그를 읽다보니, 이건 뭐... 드라마 시즌 마지막편에 나오는 투 비 컨티뉴..와 똑같은 구조다. 물론 2권까지만 읽어도 전혀 스토리상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이는 2권만 읽어도 된다는 뜻이라기보다, 3권의 내용을 몰라도 뭐 잠을 못잘것 같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3권의 떡밥 스케일이 더 커진지라... 궁금하긴 궁금하다. 만약 2권에서 아쉬워했던,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나 과정 등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줄 수 있다면, 난 얼른 3권을 읽고싶다. 





이유야 어쨌든 내가 시작한 일은 진창에서 구멍을 파는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 곧 분명해졌습니다. 권력에서 나쁜 사람을 몰아내도 1년 뒤면 우리가 직접 그 자리에 세운 사람 역시 똑같이 부패하더군요. 경찰이 만취한 사내가 아내를 때리지 못하게 막는다 해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정말 무언가를 막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필연적인 일을 연기하는 것뿐일까요? 나는 선과 악은 내 능력 밖에 있으며, 시간만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나는 시간을 벌 수 있을 따름이었죠.



○ 루이지애나주는 북미 원주민과 흑인 간 결혼을 금지했소. 메릴랜드주는 흑인과 필리핀인의 결혼을 허용하지 않았고. 당신이 무엇을 지적하는지 알아요. 이 법률은 어떤 인종이 다른 인종에 비해 우월하다는 추정에 기초하고 있소.

◉ 지금 일어나는 일은 그렇지 않은가요?

○ 그들은 생명에는 목적이 있으며 아무도 그 목적에 간여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소. 무엇이든 그것이 되기로 되어 있는 존재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거요. 

◉ 저는 그들이 루이지애나와 메릴랜드의 논리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누구의 유전자가 어떠해야 한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는 자기가 우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겠죠.

○ 그들이 정말 우월하다면?

◉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미는 고양이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고기는 고래에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인간이 지구의 다른 모든 종의 행동을 지시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 인간은 때로 다른 종에게 영향을 끼치는 결정을 하기도 하지요.

◉ 네.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보세요.



◉ 안다! 네가 해보지 않은 게 또 있지?

○ 뭐요?

◉ 일어서는 거. 우리가 넘어질 때마다 너는 다시 일어서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더구나. 그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란다. 다시 걷고 싶다면 일어서야 해. 주의하렴. 일어서는 것이 쉽지 않을 거다. 할 수 있을 것 같니?




'공감'과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