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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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3』

| Mashimaro | 2018. 9. 30. 01:13






읽다가 신선한 충격으로 연달아 1, 2권을 훌떡 읽어버렸던 것에 비해, 3권은 시간이 좀 걸렸다. 물론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길었던 것은 아니고, 중간에 출장과 여러가지 바쁜일이 겹치는 바람에 여유있게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3권은 2권까지의 충격적으로 재미있게 빠져들었던 정도보다는 덜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중간에 텀이 생겨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2권 마지막에 엄청 과거의 지구로 갔던 아서와 포드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진진했던지라, 3권이 어찌될지 정말 궁금했는데, 느닷없이 등장하는 크리켓 게임. 하지만 3권을 다 읽고나서 다시 한번 이 작가에게 감탄했던 것이, 크리켓 게임이라는 소재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이 게임 속에 우주 전쟁과 우주의 멸망을 담아낼 수 있다니, 참 황당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그렇다. 


사실, 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를 읽으면서 《돈키호테》를 함께 읽고 있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현재 혹은 미래를 소재로 한 병맛코미디라고 한다면, 《돈키호테》는 고전적인 병맛코미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둘 다 공통적으로 피식하고 헛웃음을 유발하는 것만이 아닌, 나름 그 속에 작가가 비꼬기도 하고 또 진지하기도 하면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있다. 물론 엄청 열심히 찾아봐야 보인다. 뭐, 그렇게 보일듯 안보일듯 비판적인 시각을 녹여내는 것이 또 이런 병맛소설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덕분에 이번달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로 도배중이긴 한데, 다른 밀린책들도 얼른 해치워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급 몰려온다. 이제 한숨 좀 돌려가며 읽는걸로...





시간은, 말하자면, 길을 잃고 헤매기엔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장소다. 시간과 공간을 통틀어 여기저기서 길을 잃어본 경험이 아주 많은 아서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장담할 수 있었다. 적어도 공간 안에서 길을 잃으면 분주히 할 일은 많았던 것이다. 



"뭐가 있다고?" 그가 말했다.

"SEP."

"S......?"

"......EP."

"그게 뭔데?"

"다른 사람의 문제 Somebody Else's Problem." 포드가 말했다. 



"SEP라는 건, 우리가 볼 수 없는, 아니 보지 않는, 아니 우리 뇌가 못 보게 하는 광경이야. 왜냐하면 다른 사람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SEP의 뜻이 그거야. '다른 사람의 문제'. 뇌가 그 부분을 편집해 잘라내기 때문에 눈에 안 보이는, 맹점 같은 거라고.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는 경우에는, 똑바로 쳐다보면 보이지 않아. 유일한 희망은 곁눈질로 어쩌다 재수 좋게 힐끗 보게 되는 거지."



요령은 땅바닥을 향해 몸을 던지되 그 땅바닥이라는 목표물을 놓치는 것이다. 

날씨 좋은 날을 골라서 한번 시도해보라고 여기에는 씌어 있다. 

첫 부분은 쉽다. 

요구되는 자질은 그저 체중을 전부 실어 앞으로 몸을 던지되, 아무리 아파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마음 자세뿐이다. 

그러니까, 땅바닥을 놓치는 데 실패하면 굉장히 아플 거리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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