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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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 Mashimaro | 2018. 9. 9. 10:30






전혀 기대를 갖지 않고 꾸역꾸역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권》이었는데, 읽다보니 작가 특유의 설정과 위트에 푹 빠지는 바람에, 바로 이어서 2권을 완독해버렸다. 1권이 이 시리즈에 푹 빠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면, 2권을 읽고나서는 이 작가 장난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저 시트콤처럼 웃긴, 별생각없이 푹 빠져서 읽으면 재미있는 책이라고 느꼈던 나에게 2권을 통해서는 몇번의 놀람을 선사해 주었다. 


일단 2권에서는 스토리가 어느정도 구체화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정도의 목적도 생겼고, 주인공들이 헤어졌다 만났다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나름 개개인의 캐릭터들도 조금 더 입체적이 되어가는 느낌이고, 또 주머니속에 넣어둔 가짜 우주를 설정한다든가, 특히 시간여행에 대한 부분은 참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부제로 붙어있던 우주 끝에 있는 레스토랑의 의미를 이러한 식으로 활용한다는 것에 놀랐고, 내가 가지고 있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주었던 내용이었다. 진짜 전혀 의심없이 공간적으로 끝에 있는 레스토랑을 상상했던 것이다. 사실 타임머신이라든지 시간여행에 대한 부분들은 여러 책이나 영상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작품으로 등장했는데, 대부분은 이로인해 생기는 스토리가 중심이었다면, 이 책은 시간여행의 원리가 개념을 중심으로 재미있게 풀어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부분을 꽤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진짜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은 아서와 포드가 추락한 행성이 지구였다는 것에서 1차쇼크! 그리고 원시인들이 무심코 툭 표현한 언어가 42이였다는 데에서 2차쇼크와 더불어 생기는 기대감! 하지만 그 전, 텔레포트를 사용하게 되었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아.. 마빈!!! 어떡해.." 하고 외치고 있었다. ㅠㅠ 이 작가, 정말 사람을 쥐었다폈다 하는 능력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원래 목적대로 멍하니 읽기에는 너무 재미있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러다가는 중간에 다른책 못읽고, 5권까지 다 읽어낸 다음에야 다음 독서가 가능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ㅠㅠ





여기 명부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생명은 산 자들에게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다.'"

"예, 아주 좋아요. 아주 심오하군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머리에 구멍이 나고 싶지 않은 만큼 그런 경구들은 듣고 싶지도 않다고요." 자포드가 씁쓸하게 말했다. 



"아무것도 없어." 마빈이 말했다.

위험스로운 침묵이 흘렀다.

"아무것도?" 전투 기계가 으르렁거렸다.

"전혀. 전자 소시지 하나 안 줬다고." 마빈이 쓸쓸하게 말했다.

기계는 분노를 치를 떨었다.

"와, 그거 너무 뻔뻔하잖아! 아무것도 안 줬어? 응? 도대체 생각이 있는 놈들이야?" 그것이 울부짖다시피 말했다. 



하지만 만족스럽게도 그는 자신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결정적으로 증명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우주에서 생명이 존재하려면 절대로 균형 감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시간 여행을 하다가 마주치게 되는 중요한 문제는 어쩌다 보니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는 것 정도는 마음이 넓고 화목한 가족이라면 감당 못할 문제도 아니다.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것도 문제 될 것 없다. 역사의 흐름은 직소 퍼즐처럼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다. 모든 중요한 변화는 그들이 바꾸도록 정해진 일들 이전에 전부 일어났고, 결국은 알아서 정리된다.

가장 큰 문제는 간단히 말해서 문법적인 문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참조할 수 있는 가장 정통한 논문은 댄 스트리트멘셔너 박사의 《시간 여행자용 천한 가지 시제 구조 핸드북》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무한대'라는 단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무한대 : 지금까지 본 가장 큰 것보다 더 큰 것. 사실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것, 정말 놀랄만큼 광대한 것, 완전히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크기, 정말로 "와아, 그거 정말 크네"하고 말하게 되는 때. 무한대는 그저 너무나 커서, 거기다가 대면 크다는 말 자체가 정말로 보잘것없어 보일 정도다. 거대함 곱하기 어마어마함 곱하기 혼비백산할 정도로 거대함이 지금 우리가 전달하려고 하는 개념 정도가 해당된다. 



지구에서는--새로운 초공간 우회로를 내느라 파괴되기 이전, 지구라는 것이 있었을 때--자동차들이 골칫거리였다. 아무런 해도 안 입히고 땅속 깊숙이 안전하게 잘 감춰져 있던 검고 끈끈한 물질을 끄집어내서 땅을 뒤덮을 타르와 대기를 채울 매연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바다에 버리는 과정에 따르는 그 모든 불이익을 생각하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좀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이익 정도는 도대체 상대가 안 돼 보였다. 



"모르겠군요. 당신이 말하는 그 모든 사람들을 만나본 일도 없는걸요. 그리고 내 생각에 당신도 안 만나봤을 거에요. 그 사람들은 우리가 듣는 말 속에서만 존재하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당신이 안다고 말한다면 그건 잘못이에요. 그 사람들만이 알죠. 그 사람들이 정말 존재한다면 말이에요. 그 사람들도 눈과 귀라는 자신들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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