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에 대해서 잘 모르고 또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소문만 듣고 덜컥 구입했었던 이 히치하이커 시리즈를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서 느낀 생각은... 이책.. 대체 뭐지??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1권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굉장한 스케일의 시트콤 같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사실 이 책에서 설정하고 있고 또 방대하게 설명하고 있는 우주 및 과학이론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이게 진지하게 사실에 입각해서 구성한 픽션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허무맹랑한 이야기인지는 사실 잘 모르는 채로 읽었다. 하지만, 그게 어느정도 증거가 있는 이야기이든, 아니든, 이 책이 재미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일단, 설정부터가 무척 참신했던 것이, 작가는 초반부터 지구를 날려버렸다. 아무리그래도 대부분은 지구를 주인공 혹은 조연급으로는 등장시킬 것 같은데, 그리고 혹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대부분 지구가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 완전 미지의 세계를 무대로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지구에서 시작하고, 또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매우 하찮은 이유로 지구를 없애버린다. 뭐 이러한 설정에서부터 벌써 이게 왠 시트콤이야 하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물론 그 결과로 나는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트콤같은 설정이라면 빠질 수 없는 것이, MSG 솔솔 치면서 날려주는 비꼼, 혹은 풍자. 그리고 세계관들을 비틀어주는 점일 것이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부분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지하지 않게 툭툭 던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은근한 풍자와 비판등을 섞어놓은 느낌이 들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예를들어 우리는 오래동안 생쥐들에게 조종당해왔다는 설정 같은거 말이다. ㅎㅎ 하지만 1권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빵 터졌던 부분은 '깊은 생각'이 42라는 답을 내놓았을 때 였다.
사실 이 책이 전자책으로 5권짜리 책인데, 1권을 다 읽은 지금.. 이 스토리가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2권을 읽으면 조금은 구체적으로 될지 모르겠지만, 1권을 읽는 동안에 이책 뭐지??라는 의심에서 점점 이들과 같이 시트콤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 혼자 실소를 하고있다. 예상치 못했지만, 아마도 정주행 해야할 것 같다.
"포드"
"응?"
"이 물고기가 내 귓속에서 뭘 하는 거지?"
"통역을 해주는 거야. 바벨 피시라는 거지. 궁금하면 그 책에서 찾아봐."
그는 자포드가 이 장면을 즐기기 위해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환상을 강요해야만 한다는 것이 좀 짜증스러웠다. 마그라테아니 어쩌니 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그에게는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정원 아래에 요정들이 살고 있다고 믿지 않아도 정원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잖은가?
"좋아. 저기 뭐가 있다고 치자. 난 네가 순전히 산업 고고학적인 관심만으로 여기 오지는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 네가 찾는 게 뭐야?"
"그 기계들은 그냥 계속 계산이나 하게 하시오." 마직티즈가 경고했따. "그러면 매우 고맙게도 영원한 진리 쪽은 우리가 맡겠소. 법률적 견해를 알아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오, 친구. 법률에 의하면, 궁극적인 진리 탐구는 사상가들의 양도할 수 없는 특권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소. 어떤 빌어먹을 기계가 정말 진리를 찾아내 버리면, 우리는 당장 실직자가 된단 말이오. 안 그렇소? 신이 있네 없네 하고 한밤중까지 잠도 안 자고 논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 다음 날 아침 이 기계가 빌어먹을 신의 전화번호를 내놓는다면 말이오."
"칠백오심만 년!" 그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그렇습니다." 깊은 생각이 확언했다. "제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을 수행하게 되면 철학의 모든 분야에 대한 엄청난 대중 홍보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군요. 모두들 제가 종국적으로 어떤 해답을 내놓게 될 것인지를 놓고 저마다 자기 이론을 내세우게 될 텐데, 그렇다면 그러는 중에 미디어 시장에 편승해서 한몫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여러분 말고 누가 있겠습니가? 여러분이 대중 매체를 통해 서로 과격하게 논쟁하고 서로에 대해 모략을 해대는 한, 거기다가 유능한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있는 한, 여러분은 평생 수익이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제 의견이 어떻습니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했다.
"해답은......!"
"그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을 멈췄다.
"해답은......!!!"
"42입니다." 무지무지하게 엄숙하고 침착하게 깊은 생각이 말했다.
"이번 지구 대체품 건설에선 아프리카를 맡았지. 물론 이번에도 난 피오르드 해안을 만들 거요. 그게 좋으니까. 난 구식이라 그런지, 그 해안이 대륙에 멋진 바로크풍 느낌을 줄 것만 같거든. 그런데 저들은 그게 적도 부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오. 적도라니!" 그가 공허하게 웃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오! 물론 과학이 멋진 일들을 해내긴 했지. 하지만 난 옳은 것보다는 행복한 게 훨씬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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