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매그레 시리즈를 꺼내서 《생폴리앵에 지다》를 읽고 나서 내친김에 다음 에피소드인 이번 작품을 읽어버렸다. 이번 작품은 나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운하를 배경으로 한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계속 운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도대체 이 운하, 배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제목인 마부, 혹은 말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어 굉장히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궁금한 것도 궁금한 것이었지만, 운하와 배들 물길안내인, 수문지기 등의 개념과 그 이미지를 상상하는데 꽤나 고생을 한 것 같다. 사실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그 이미지가 정확하게 그려졌다고 할 수는 없겠다. 실제로 그러한 환경을 접한 적이 없고, 또 간접적인 매개체로도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라서 심농이 나름 자세하게 묘사를 하긴 했지만 머리속에 확실하게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충 분위기로 따라갔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래도 이러한 이색적인 곳, 이색적인 문화를 간접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무대에서 등장하는 이 라 프로비당스호라는 배의 마부 또한 굉장히 생경한 캐릭터였다. 제목을 보아하니 이 사람이 주인공인 것 같은데 당췌 책의 절반 이상을 읽었던 것 같은 타이밍에도 이 마부의 정체가 제대로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캐릭터들과 환경들에 더 집중해서 설명하곤 했던 것 같다. 뭐 책을 다 읽은 지금의 상황에선 그것 또한 이해가 가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심농의 작품은 질리지 않는 느낌이다.
사실 2권인 《갈레 씨, 홀로 죽다》까지 다 읽었을 때는 조르주 심농의 작품 혹은 이 매그레 시리즈의 작품이 거의 다 비슷한 느낌의 진부한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4번째 에피소드까지 읽은 이 시점에서 보면, 이 작가의 에피소드의 다양함에 살짝 놀랐다. 이 또한 뒷 부분의 작품연보를 참고해보면, 심농이 선박유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프랑스 운하와 강들, 유럽의 북부 운하들을 둘러본 것이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매그레 반장'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한 것도 이 여행을 통해서라고 한다. 그러한 면에서 보면 이 작품은 굉장한 의미가 있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사건을 통해서 심농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물론 있었지만, 이 작품에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마도 이러한 운하와 수문지기들, 선원들, 마부들의 삶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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