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레시리즈는 《갈레 씨, 홀로 죽다》 이후로 완전 멈춰있다가, 오랜만에 다시 집어들었다. 벌써 이 시리즈의 세번째 책인데 뭔가 슬슬 내 안에서 매그레 반장님의 캐릭터가 잡히는 듯 하다. 두번째 작품인 갈레씨의 에피소드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다음 작품부터는 이런 인상적인 느낌은 받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세번째 작품은 시작부터 이색적이어서 금방 집중할 수 있었다. 언제나처럼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에 대한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는데, 이번 작품은 수사의뢰가 온 것도 아닌 사건을 가까이서 겪었다는 이유로 매반장님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심지어 무대가 프랑스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프랑스의 지명도 익숙하지 않아서 생소하긴 마찬가지이지만, 더 익숙치 않은 지명까지 등장했다.
이 작품에서도 부각되는 부분이지만, 매반장님의 매력은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해 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에피소드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사건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더 집착적으로 수사에 간섭해버리게 된다. 물론 결말에 가서는 역시나 정석적인 경찰로서의 결말로 몰고가지도 않는다. 아니 매반장님은 오히려 일부러라도 굉장히 유도리있는 결말을 지향하는 느낌이다. 아무튼 이번 작품에서 또 하나의 특징적인 부분은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뒷부분에 첨부되어 있는 작품의 연보를 보면, '생폴리앵'은 조르주 심농의 고향인 리에주에 실제로 있었던 성당의 이름이라고 하고, 이 소설이 작가의 젊은 시절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작품과도 분위기가 조금 달랐던 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픽션보다는 조금 더 디테일이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세번째 작품까지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점이지만, 작가인 조르주 심농은 사건이나 추리소설이라는 점에 집중하기 보다 그러한 사건을 매개체로 당시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이나 사회상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내는 느낌이 든다. 가끔씩 히가시노 게이고의 몇몇 작품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그러한 점에서 많은 작가들이 조르주 심농을 사랑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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