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브론테 자매의 책은 적어도 한 권씩은 읽게 된 것 같다. 가장 먼저는 중학생 시절,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접했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극찬했었던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벼르고 있다가 작년이 되어서야 읽고선 앵그리리뷰를 쓰고 말았는데, 이번엔 막내동생인 앤 브론테의 작품인 《아그네스 그레이》까지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폭풍의 언덕》과 같은 시기에 출간되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폭풍의 언덕》이 막장 아침드라마에 버금가는 자극적인 설정이었던 만큼 이 잔잔한 작품인 아그네스 그레이는 그만큼 눈에 띄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의 개인적인 순위를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난 《제인 에어》 - 《아그네스 그레이》 - 《폭풍의 언덕》 의 순위를 주고싶다.
사실 이 브론테 집안은 대부분 젊어서 세상을 떠났고, 뭔가 다들 골골하면서 아픈 이미지를 갖게한다. 그리고 이들은 특히나 실제 생활을 모티브로 작품을 쓴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데, 이 《아그네스 그레이》는 가정교사 생활을 통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쓴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사실 《제인 에어》에도 가정교사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만큼, 이 가정은 가정교사 생활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사실 《제인 에어》 속에서는 그 가정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이만큼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정말 그대로 주인공의 직업 혹은 경험의 하나로 그려져왔다는 인상 뿐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작품은 주인공 아그네스 그레이의 가정교사생활을 메인 소재로 내놓은 만큼, 그 직업과 삶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보여준 것 같다.
솔직히 내가 상상한 것과는 꽤 달라서 놀랐던 것이, 이 가정교사라는 포지션이었다. 완전히 높은 신분도 아니고 또 완전히 낮은 신분도 아닌데, 아무래도 그 사이에 끼어서 본인보다 높은 신분의 가정을 상대해야 하다보니, 참 어려운 자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곱게 얘기해서 이런 것이지 솔직히 책을 보면서 욱하고 성질이 올라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도대체 애를 가르치라는 건지 그냥 오냐오냐 떠받들어 주라는 건지.. 왠지 교사가 필요하다기 보다, 화풀이 상대 혹은 남탓할 대상을 만들어두는 느낌이 강했다. 한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로 따지면 사실 앞서 언급했던 작품들 중에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앤 브론테의 작품이 가장 이슈화되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자극이 적고 잔잔하게 흐르는 스토리가 원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난 충분히 이 작품이 좋았고, 앤 브론테의 다른 작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아쉽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좋은 작가가 29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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