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라 에스퀴벨의 작품은 처음 접했다. 솔직히 작가 이름도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아무튼, 생각보다 술술 읽힐 정도로 막힘없이 단시간에 읽은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이 책은 페미니즘을 표방한 소설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며 읽으니 너무나 많은 상징들이 소설 안에 들어있었다는. 순간 머리가 아파져서 가능한한 스토리에만 집중하며 읽어보려고 애썼던 느낌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스토리는 짜증났지만 페미니즘적인 화두를 던져주기에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성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주방을 중심으로, 요리를 통해 티타에 대해 풀어간 것은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스토리는 정말.. 내가 딱 싫어하는 불륜적인 요소가 들어있어서 좀 그랬다. 뭐 어찌보면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는 한데, 특별히 짜증나는 이유는, 독자로 하여금 어느정도 주인공과 그 상황을 이해하게 만들어버린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일단 스토리 전개가 주인공의 입장에서 전개가 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고, 누가봐도 고구마먹은 것 같은 주인공에 대한 부당한 환경에 같이 분노하며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선택과 행동에 일단은 호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맘에 안드는 상황과 스토리를 통해서 고발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가 없다. 등장인물들의 선택이 어떠하였든간에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은 꽤 많았고, 이 상황 자체가 에스페란사로 대표되는 다음세대 여성의 삶이 보장되기까지의 과도기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작품이지만, 늘 이런 도로도로한 스토리는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하지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멕시코문학의 특징인 것인지 작가의 개성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자주 등장하는 판타지적인 요소들은 조금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작가는 이러한 요소를 꽤 중요한 장치로 사용한 듯한 느낌이 있지만, 이러한 부분 덕분 혹은 때문에 작품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말도 중간의 스토리 전개도 태클을 걸면 얼마든지 걸 수 있을 정도로 걸리는 부분들은 꽤 있지만, 그러한 부분들을 다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페미니즘 문학으로는 괜찮은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헤르트루디스에게 옷과 함께 그녀의 과거를 싸서 보내는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던 것이다. 세 자매가 첫 영성체를 받던 날을 가방 안에 밀어 넣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베일과 책, 성당 밖에서 찍은 사진은 잘 들어갔지만, 나차가 그들을 위해 준비해서 식이 끝난 후 친구들과 맛나게 먹었던 타말과 아톨레의 맛은 잘 들어가지 않았다. 또 색색가지 살구 씨는 잘 들어갔지만,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때의 웃음소리와 호비타 선생님, 그네, 헤르트루디스의 방 냄새, 방금 만든 초콜릿 냄새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마 엘레나의 매질이나 꾸중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티타는 혹시라도 그것들이 몰래 숨어들어 갈까 봐 급히 옷가방을 닫았다.
"나는 나에요! 원하는 대로 자기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인간이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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