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지야 통 『리얼리티 버블』

| Mashimaro | 2023. 5. 20. 06:52

 
 

 
 
 
이렇게 은근슬쩍 엄청나게 방대한 양을 풀어내는 책도 보기 드물 것 같다. 그리고 이만큼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덕분에 또 많은 상식레벨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또 그만큼 부담감도 많아지는 책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판타 레이》가 너무 재미있고 유익한 TMI들이 가득했다고 한다면,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불편한 진실들의 TMI가 가득한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한 면에서 읽는데 조금 힘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매우 유익한 책이기도 했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무엇이냐면, 방대한 정보를 풀어주는 것도 그러했지만, 이야기를 확장해가는 방식에 놀랐다. 처음에는 정말 흥미롭게 하나의 에피소드를 읽기 시작하는데, 그러한 작은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방대한 스케일로 사고를 확장시켜준다.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랐고, 또 그렇게 확장된 주제들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또 놀랐다. 그러한 면에서 또 책의 제목은 얼마나 잘 지었는지…

아무튼, 책을 읽다보면 누구에게나 관련있는 내용을 접하게 되고, 또 우리가 섣불리 해결하거나 건들일 수 없다는 좌절감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놓아서는 안된다는 점까지… 여러가지 면에서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또 그만큼 우리가 마주보아야 하는 이야기들이다. 몰랐던,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또 그만큼 앞으로 생각해야 할 과제를 몇 백배 안겨준 책이기도 하다. 왠지 다시 한번 찬찬히 읽으면서 내용을 곱씹어보는 시간이 찾아올 것 같다.

 

 

 

망원경이 끝나는 곳에서 현미경이 시작된다. 더 거대한 시야를 제공하는 건 어느 쪽인가? 
- 빅토르 위고

현미경 렌즈 아래에서 자그마한 창문이 활짝 열렸고, 그것이 드러낸 우주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우리는 곤충들을 박멸하려는 욕망에 눈이 멀어 그것이 우리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지 못하지만, 파급 효과는 먹이 사슬에 곧바로 타격을 준다. 영국의 생태학자 데이브 굴슨은 이렇게 경고한다. “우리는 현재 생태적 아마겟돈을 향해 가고 있다. 곤충들을 잃으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왜냐하면 곤충들은 식물의 수분을 도울 뿐 아니라 자연의 청소부이자 재활용 일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빠르게 플라스틱 사회가 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자연보다는 켄이나 바비 인형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갖게 될 것이다. 
- 앤서니 T. 힝크스

우리가 ‘바깥’ 세상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과학은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결망의 일부, 흐름의 일부임을 보여 준다. 우리가 환경에 집어 넣는 것은 결국에는 우리 몸속으로 되돌아온다.

관리자에게 시간 통제는 새로운 권력이 되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고, 일제히 출근하고, 예정된 시간에 일터에 도착하고 떠난다. 자신이 왜 어떻게 이런 식으로 길들여졌는지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시간 엄수의 발명과 결코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강박을 통해 공장의 시간은 우리를 자연의 주기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우리가 구성한 세상이 우리에게 너무도 생생하고 소중하게 된 나머지 우리는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의 산물임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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