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얼떨결에 우리집에 놀러왔던 친구가 읽는 책을 따라읽게 되었다. 종이책을 들고와서 읽고 있길래, 밀리의 서재를 쓰윽 둘러봤더니 있어서 바로 같이 읽게 되었다. 그 덕에 친구와 실시간으로 함께 읽으면서 아침저녁으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기도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더 풍성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그친구도 나도 이미 나이가 어느정도 있는 솔로인지라, 우리들의 케이스도 마구 적용해보며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참 많은 비혼관련 서적을 읽었는데, 특별히 더 공감이 많이 되었던 이유는, 이 책이 많은 이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이다. 누구 한 사람의 사례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다양한 경험을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많은 비혼관련 책들이 20-30대의 흔히들 표현하는 결혼적령기(?)에 해당하는 이들이 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오히려 40대, 50대, 60대 등 비혼으로서 꽤 많은 세월을 살아온 이들에게도 주목한다. 이 점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비혼인들의 경우 혼자 사는 삶의 실질적인 이야기, 그리고 꽤 오래동안 비혼으로 살아간 이후에 과연 이 삶에 만족하는지, 또 어떠한 문제들이 있는지…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매우 깊이 공감하고, 또 뭔가 응원받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읽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노후에 관련한 이야기나, 혼자 나이들며 살아갈 때에 돌봄에 대한 이야기들이 꽤나 인상깊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 와중에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재 20대의 젊은 층에서 생각하는 비혼의 개념은 또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비혼의 양상과는 또 달라서 이에 대해 정확히 분별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뭔가 이제 우리도 공개적으로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대비하고 이런저런 제도들에 대해서 공론화할 수 있는 시절이 온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다. 무언가를 공감하고 공감받을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든든한 일이니까..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 많은 경우 사실이라 해도 빈약한 설명이다. 특히 중년이 그렇다고 느꼈다. 40세 이상의 중년 1인 가구 중 결혼을 당위로 여기지 않는 비혼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뭉뚱그려도 되나. 더 께름칙하게 느꼈던 건 이 허술한 공식이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설명을 결혼의 반대편에만 묶어둔다는 것이다. 결혼을 중심에 두고 그것의 대척점인 주변부에 혼자 사는 삶을 놓은 뒤, 결혼 바깥의 삶이 괜찮은가 아닌가를 측정한다. 결혼의 편에 서서 혼자 사는 삶을 바라보며 취약하다고 단정 짓는다. 마치 결혼이 표준이자 정상이고, 비혼은 일탈이자 비정상인 것처럼.
어떤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에게 화를 내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는 자기가 옳다고 믿는 세계관이 침해받는다고 느껴서 그런 게 아닐까. 사람의 삶과 이 세상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다른 사람이 그 믿음을 따르지 않고 거부했을 때 마치 자신이 모욕을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분개하는 이들이 있다. 게다가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이 비참하고 외롭기는커녕 행복하다고 주장하기까지 하다니, 장관급 고위 공무원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까지 올라오다니,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테다. 그러면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 낳기를 선택하는 여성을 ‘미혼모’라고 손가락질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하면서 말이다.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생 현상의 구조적 원인은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의 이기심과 페미니즘이 아니라, 뿌리 깊은 성차별과 가부장 문화에 있다. 2022년 4월 「출산율 경제학의 새로운 시대」 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에이징 솔로가 대수로울 것 없이 사회에 섞여 살아가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일까. 여전히 비혼 여성에게 적대적이거나 차별적인 한국 사회의 태도와 관행을 생각해 보면, 혼자 사는 살마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솔로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되어서 그런 게 아니라 여전히 가족 중심적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것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자기 삶의 이야기를 기꺼이 나누려는 에이징 솔로가 내 인터뷰 요청에 응했는데, 이 말은 뒤집으면 비자발적으로 혼자 살게 되었고 고립된 상황에 놓인 에이징 솔로의 삶에는 가닿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 역시 이 책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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