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만에 종이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알게되어서 벽돌책임에도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이고, 또 전자책으로 발간되지 않아서 일부러 한국에 들어갔을때 구입해서 온 책인 만큼 열심히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 술술 읽히는 벽돌책이었다. 물론 과학책이니만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범위의 과학이론에 관한 내용도 참 많았지만, 솔직히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만큼,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참 많이 서술되어 있고, 범주로는 역사, 미술, 음악, 경제 등등.. 과학 이외의 이야기들도 그 못지않게 아주 많이 쓰여져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과학책이라기보다 역사책이라고나 할까? 뭐 책표지에 과학사라고 쓰여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래도 이 책이 문과인 나조차도 왜이렇게 읽기 쉬울까 생각해보니, 일단 모든 이야기의 인과관계와 역사적 배경을 매우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역시 문과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배경과 인과관계를 서술해주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그렇지않고 숫자나 과학원리만 나열되어있다면 절대 이 책을 제대로 들춰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가 굉장히 많은 TMI들이 등장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개념, 언어, 조직, 심지어 회사들에 대한 정보까지… 과거로부터 어떻게 해서 그러한 것들이 자리잡고, 이름지어지고, 정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말 한가득이다. 그러한 목적으로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한 면에서도 오히려 문과가 읽기에 더 좋은 TMI 가득한 과학도서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말해 나는 이 책을 역사책이라고 말하고 싶지만…ㅎ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있는 만큼, 저자의 역량이 참 궁금해졌다. 어떻게하면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조사하고, 또 심지어 그걸 흥미롭고 질리지않게 긴 호흡으로 써내려갈 수 있었는지… 정말 부럽고 갖고싶은 재능이다. 그만큼에 성실한 자료조사와 정리도 필요했겠지 싶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책이 이렇게 두껍고 많은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더 많이 또 더 자세히 써주었으면.. 하는 욕심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책들은 왠지 막 소문내고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화폐는 액면가의 고정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장 가격을 갖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히며 화폐 개혁을 주장한다. 하지만 복잡한 정치 상황으로 코페르니쿠스의 화폐 개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참 뒤, 그레셤의 법칙을 해결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레볼루션'이 '혁명'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출판되던 1688년 영국의 명예 혁명(Glorious Revolution)부터이다. 이처럼 원래 천문학 용어였던 '레볼루션'은 코페르니쿠스 이후 '혁명적인 변화'라는 의미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코페르니쿠스의 '레볼루션'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Kopernikanische Wendung)"이라고 명명했으며, 토머스 쿤(Thomas Kuhn)은 이를 다시 "코페르니쿠스 혁명(Copernican Revolution)"이라고 부르며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과정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했다.
커피가 전해지기 전 유럽 인들이 주로 마시던 음료수는 와인으로, 심포지엄의 어원인 '심포지온'은 그리스 어로 '같이 마시다.'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지성의 발달은 바로 이 '심포지온'에서 비롯되었다. 그리스 지식인들은 밤새 와인을 마시며 인간 본성과 우주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1776년 3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판되어 세상에 알려진다. 같은 달, 수년간 자신의 특허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제임스 와트의 첫 번째 증기 기관이 완성되고, 같은 해 7월 제퍼슨과 프랭클린이 기초한 「독립 선언서」가 발표된다. 이 세 사건으로 서양에서 '산업 형명'과 '시민 혁명'이 시작되었다. 비로소 서양이 동양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통일된 철도 운송 시스템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가 단일한 표준화를 추진하게 만들었다. 또한, 마차 운송 시대와 달리 속도가 빨라진 열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시계탑 종소리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된 승객들은 회중 시계를 지녀야 했다. 국가마다 표준시를 설정해야 했고, 순식간에 국경을 통과하는 철도 운송은 상품의 통관이나 관세, 환율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이런 맥락에서 증기 기관이 탄생시킨 운송 혁명으로부터 인류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길에 들어섰다고 보기도 한다.
이처럼 코페르니쿠스의 레볼루션 이후 인간 자유 의지의 상징이었던 과학 기술은 산업 혁명을 거치며 인간을 속박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었다.
유럽 전체가 1848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과에 경악을 금치 못할 때, 카를 마르크스는 이렇게 평가한다. "어디선가, 헤겔은 세계사적으로 몹시 중요한 사건과 인물은 두 번씩 나타난다고 썼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덧붙였어야 한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에는 희극으로 나타난다고."
깁스는 이 논문에서 맥스웰의 1871년 연구가 엔트로피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굳이 깁스가 맥스웰에게 논문을 보낸 이유는 맥스웰이 자신의 연구를 알아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맥스웰은 깔끔하게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1871년 논문의 추가 인쇄본에는 이를 정정하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처럼 수백 년에 걸친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건대, 단 한 번도 과학 기술은 순수한 과학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고 끊임 없이 다른 영역과 섞이며 스스로를 재창조하거나 소멸시켰다. 역대의 그 어떠한 대학자도, 노벨상을 받은 이 시대의 석학들도 결코 한 우물을 판 적이 없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 사회는 과학자들에게 경주마와 같은 눈가리개를 씌우고 특정 분야 속에만 가두려 하고 있다. 이런 반쪽 시각 때문인지 이를 틈타 일부 과학 평론가들은 현대의 과학적 성과들을 전혀 상관없는 내용과 연결시켜 과학을 신비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도한 인문학적 상상력이 동원된 소위 대중교양 과학은 과학을 데카르트 이전의 일원론의 시대로 되돌려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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