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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

| Mashimaro | 2023. 4. 18. 16:48

 

 

 

 

 

사실 이 책을 구입했던 당시에는 이렇게 진지한 책인지 모르고 구입했던 것 같은데, 읽다보니 내가 예상했던 장르와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뭐 결론은 좋았지만. 사실 일본의 과학사에 대해서 알고싶었던 매우 순수(?)한 동기였는데, 생각보다 내가 은근히 좋아하는 소재를 다뤄준 책이었다. 

 

내가 이곳 일본에서 역사관련된 일을 하고있긴 하지만,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꽤 약한 편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책들을 특히 요즘에 찾아보고 있는데, 《판타 레이》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있기도 하고, 또 그러다보니 이 책의 내용과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서 매우 수월하게 읽은 느낌이다. 사실 문체나 서술 자체는 매우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재미있게'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나 역시다 《판타 레이》와 함께 읽지 않았다면 좀 어려웠을지도. 하지만 나로서는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놓칠 수 없는 내용이기는 했다. 

 

시작은 메이지유신 즈음에 외부문물을 받아들이고 일명 과학기술쇼크를 받게되면서 일본이 얼마나 급진적이고 적극적으로 서양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였는지를 알 수 있다. 알고있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꽤나 자세하게 레퍼런스를 붙여서 이야기해주는지라 구체적인 정황을 이해하는데 너무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생각만큼 드라이하게 쓰여진 책이 아니다. 저자는 굉장히 강력하게 본인의 의견을 드러내면서 글을 진행하는데, 결국 일본의 과학기술은 전쟁과 군수산업이 동력이 되었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많은 문제들을 함께 야기하고 있다는 논지이다. 사실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인상적으로 읽은 것도 있는데, 이걸 또 일본인이 직접 서술해주는 안정감이 있다. 

 

내가 일본에서 생활한지도 올해로 12년에 접어들고 있는데, 일본인들은 생각보다 자기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사실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역사나 정치문제로 무언가 이슈가 되고있을때,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구체적인 사실 자체를 몰라서...인 경우가 참 많다. 소수이긴하지만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우리보다 굉장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일본의 근대 과학사 자체를 시작부터 굉장히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그러한 결과 최근의 후쿠시마 원전문제에 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후쿠시마는 나에게 있어도 너무 가까운 곳이었고, 꼬박 10년을 그 근처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많은 자료와 책들을 관심있게 찾아보곤 했다. 그 와중에도 꽤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 중에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이 책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서 아마존재팬의 리뷰를 조금 찾아봤는데, 굉장히 평점이 좋았다. 필독서로 꼽는 사람들이 많았고, 또 공감의 의견을 단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런걸 보면, 일본의 언론통제가 일방적인 매스컴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삼, 일본에 대해 제대로 된, 혹은 다양한 시각,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이러한 책이나 매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메이지 시기 일본에서 과학은 기술을 위한 보조학으로서 학습됐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과학 교육은 세계관이나 자연관 함양보다는 실용성에 큰 비중을 두고 이뤄졌다. 이는 일본이 근대화에 재빨리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일본 근대화의 바닥이 얕은 원인이기도 했다.

 

일본은 청일 · 러일전쟁 승리로 만주의 이권을 손에 넣고, 조선을 식민지로 획득해 제국주의 국가가 된 시점에서 산업혁명도 달성했다. 이로써 ‘식산흥업 · 부국강병’을 슬로건으로 한 메이지 시기 근대화가 사이클을 일단 마쳤다고 볼 수 있다. 덧붙이면 교토제국대학의 탄생은 청일전쟁 배상금에 의한 것이고, 규슈제대와 도호쿠東北제대는 후루카와광업의 기부로 설립됐다. 후루카와 이치베의 기부는 아시오광독 사태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국대학은 제국의 발전과 함께 생겨난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해서 “유일 피폭국”이라는 전후 일본의 상투적 언사가 등장하게 됐다. 이는 아시아 각국을 침략한 가해자임을 지우고 은폐하는 것이다. 그런데 패배의 원인을 과학기술의 낙후성으로 귀결시킬 경우 그 주된 책임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져야 하게 되지만 과학자들에게 이런 자각은 보이지 않았다.

 

과거 동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했고 두 차례의 원폭 피해를 보았으며, 후쿠시마 사고를 일으킨 나라가 책임 있게 군수산업 철수와 원자력 사용의 탈각을 선언하고 장래 핵무기의 가능성을 확실히 부정해야 한다. 경제성장 · 국제경쟁 대신 저성장하에서 민중의 국제 연대를 추구하고, 그것으로 세계에 공헌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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