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은 학창시절에 참 인기가 있던 책이었는데, 정작 그때는 읽지 못하고 정말 오랜세월이 지나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몇 년 전에 이집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이집트학을 하는 지인이 급부상한 덕에 최근에 너무 많은 이집트 컨텐츠를 접하고 있는지라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하여 읽게된 것도 있다. 당시 이 책은 꽤 인기가 있어서 베스트셀러였던 것 같은데, 역시나 꽤 재미있고 술술 잘읽혀서 정말 단숨에 주욱 이어서 완독을 해버린 것 같다.
사실, 예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그냥 여타 다른 책들처럼 재미있는 역사소설 정도로 읽었을 것 같다. 근데 이집트를 좀 공부하고 직접 눈으로 담아두었고 하다보니 머리속으로 이미지를 그리면서 읽을 수 있어서 더 생동감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자의식 강한(?) 람세스2세에 관련된 유적과 기록은 너무나도 많았던지라 아부심벨이나 카르낙신전이나 누비아 등등 다시 한번 이집트를 여행하고 있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소설로서는 은근 전형적인 역사소설같은 생각도 든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깨알같이 작가의 이집트 지식들을 시전해주는 포인트들이 있어서 인상깊기도 했다. 확실히 작가가 이집트학을 전공한 만큼, 디테일한 설명들이 꽤 녹아있었다. 사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학자가 이렇게 글을 재미있게 쓴건가... 싶기도 하다.
스토리도 꽤 재미있는 것이, 내가 만약에 다른 제목을 붙여본다고 한다면 아마도 '람세스와 친구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람세스 한사람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있다기 보다, 그를 도와 함께하는 학창시절 동기들이 참 비중있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네페르타리도 빼놓을 수는 없지만. 믿음과 배신이 점철되는 정치드라마 속에서, 마치 신의를 지켜나가는 삼총사 같은 느낌이랄까... 그 와중에 지리할 정도로 빌런역할을 하는 세나르나 우리테슈프같은 인물들도 있고 말이다.
그러한 면에서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친구 중 한명인 모세를 등장시키며 출애굽 사건과 함께 매칭시킨다는 점이다. 이걸 이렇게 엮는다고?... 할 정도로 절묘하게 스토리텔링을 했는데, 실제로 4권 뒤쪽에 붙어있는 이윤기님이 쓴 부록에서 다뤄진 프로이트의 출애굽에 대한 견해는 놀랍기도했고, 처음 접하는 이야기여서 신선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크리스천인지라 미묘한 감정이기는 했지만.. 또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다는 점에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어쨌든 이 책은 아는게 많아지고나서 읽으면 더 재미있는 그런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 타이밍에 읽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한 가지 질문이 소년의 입술을 태우고 있었다.
─ 그렇다면…… 아버님께서 저를 후계자로 선택하셨다고 믿어도 되는 것입니까?
─ 용기만으로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 두려워하고 있구나. 좋은 일이다. 허풍쟁이들과 바보들만이 두려움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 두려움으로부터 두려움을 정복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그것이 바로 세트의 비밀이다. 아케나톤처럼 그러한 사실을 부인하는 자는 오류를 범하게 되고, 이집트를 약한 나라로 만든다.
물론, 람세스에게 실제적인 섭정을 맡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왕은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권력의 장에 아들을 버려두기보다는, 자기의 경험이 아들에게 마술적으로 스며들기를 바랐다.
─ 저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의 조상님인 람세스 l세가 이 땅을 떠나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셨을 때도, 네가 오늘 그런 것처럼 나도 고뇌에 빠져 어쩔 줄 몰랐었다. 왕이 되려 하는 자는 미치광이이거나, 무능력한 자이다. 신의 손만이 한 사람을 사로잡아 신에게 바쳐지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파라오로서 너는 네 백성의 으뜸가는 종이니, 네게는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휴식과 평온한 기쁨을 맛볼 권리가 없다. 너는 외로울 것이다. 그것은 길 잃은 자의 절망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선박을 이끄는 선장의 외로움이다. 선장은 배를 둘러싼 신비한 힘들의 진리를 알아내어 배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너 자신보다 이집트를 사랑하여라.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한때 아샤는 각 민족들의 관습을 통일하고 이질감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였다. 획일성이라는 토양에선 괴물밖에 태어날 것이 없다. 사방에 촉수를 뻗친 권력에 종속된 국가, 오로지 사람들을 더욱더 짓누르고 저들의 졸개로 만들기 위해 체제를 옹호하고 나설 모리배들이 횡행할 국가라는 괴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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