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동안 위시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왜 이걸 이제서야 읽었을까... 너무너무 재미있게 후다닥 읽었다. 사실 지금까지 책에 대한 책을 참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책덕후들의 이야기, 혹은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 등이 많았는데, 그만큼 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동질감도 느낄 수 있고, 공감포인트도 많았기 때문에 더 찾아읽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마 너무 자연스럽게 위시리스트에도 올라있었던 것 같은데... 장강명 작가는 어떤식의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작가가 참여 혹은 진행했던 팟캐스트의 제목에서 따왔다. 그리고 그 팟캐스트에 참여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들, 그리고 작가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부제에서도 나타나듯이 읽고 쓰는 인간이었던 작가 장강명이 말하는 인간으로서 어떠한 과정들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 읽고 쓰는 것을 추구하고 장려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책을 매개로 해서, 매우 읽기 쉽게 잘 풀어내 주었다. 마치 본인의 뇌를 열어서 마음껏 오픈해 준 것 같은...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강명 작가의 매력에 눈을 뜬 것 같다. 사실 그의 글을 처음 읽은 것도 아니고, 또 심지어 TV 프로그램에서도 가끔 보았던 것 같은데, 이제와서 이 책을 읽고... 라는 것도 웃기기는 한데.. 뭔가 작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작가의 캐릭터와 작가의 생각이 참 마음에 들었다. 뭔가 진지하면서도 밸런스 좋게 가벼움을 덧입혀준다.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부담스럽지 않게 하려고 하며, 어떠한 부분에서는 사이다처럼 강하게 어필을 하기도 한다. 물론 나와 모든 의견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설득력이 있으며 이야기가 거칠지 않아서 굉장히 편안하고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구보면 난 이렇게 밸런스를 잘 지키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이 좋아지는 것 같다. 당분간 장강명작가의 작품들도 좀 파봐야겠다. 어쨌든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까지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면 소설이 아니라 <미생>, <송곳> 같은 웹툰이 떠오른다. 그 시기 한국 소설은 사소설私小說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황석영 작가도 2015년에 몇몇 언론 인터뷰에서 <미생>, <송곳>을 인상 깊게 봤다며 “문학이 그런 서사를 놓치고 있었다. 한국문학의 위기는 한국문학 스스로가 현실에서 멀어지면서 자초한 게 아닌가” 하고 꼬집었다.
그 목록에 대해 ‘이 작품이 여기 왜 있는 거야’ 하고 의문을 품고 때로 분개하는 것이 독자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작품들을 지금의 관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무분별한 깎아내리기와 딱지 붙이기가 아니라 깊이 읽어낸 결과이기를 바란다. 그것이 곧 문학비평이다.
아마 세계문학전집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도 서로 “저 자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하고 투덜거릴 것이다. 제인 오스틴부터 시작해볼까. 마크 트웨인은 제인 오스틴의 글이 너무 싫다며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걷어차고 싶다고 말했다. 마크 트웨인에 대해서는 윌리엄 포크너가 저질 글쟁이라고 욕했다. 포크너에 대해서는 헤밍웨이가, 헤밍웨이에 대해서는 나보코프가 독설을 날렸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개별적인 길을 걷는다. 아니,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발견하고, 동시에 쌓아올린다.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일이다. 말하자면 독서 그 자체만큼이나 독서의 전 단계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나는 무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줘야 한다. 표지가 예쁜 책과 유명인이 쓴 책과 줄거리가 재미있을 것 같은 책 사이에 갈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숙고 끝에 내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경험이,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고전을 읽고 얻는 고만고만한 교훈보다 훨씬 귀중하다. 세상에 그렇게 안전한 실패도 드물 것이다. 기껏해봐야 약간의 시간 낭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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