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위어의 작품을 《마션》 이후로 대체 얼마만에 읽은 걸까? 《아르테미스》는 구입만해놓고 아직 읽지도 않았으니, 정말 오랜만에 앤디 위어의 책을 읽은 셈이다. 나름 올해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고, 심지어 30개국 동시출간이라니... SF시장에서 앤디 위어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는지, 또 그의 작품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느지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사실 먼저 읽은 지인들로부터 들은 감상이 모두 호평일색이었던지라 살짝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하긴 했지만, 기대를 했음에도 책을 펼친 그 순간부터 그 이상을 보여준 작품인지라 분량이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신나게 읽었던 것 같다.
역시나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투머치토커로서의 기질을 십분 발휘한다. 《마션》에서 이미 보여준 바와 같이 온갖 상황과 설정들을 매우 디테일하게 서술해주는데, 이 《프로젝트 헤일메리》 단계에 와서는 그 토머치토킹도 완성형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도 그럴것이 《마션》과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긴 한데, 다루고 있는 과학과 기술 관련된 지식들이 훨씬 더 광범위해지고 다양해졌다. 물리공부를 하다가도 생물공부를 하게되고, 기후, 천문학 등등... 종횡무진 분야를 넘나들면서 절반이상은 알아듣기도 힘든 방대한 지식 및 상식들을 주욱 나열하는 느낌이다. 한줄평을 해보자면, 뭔소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정도?! ㅎㅎ 물론 그는 스토리텔링의 귀재인지라, 이러한 이야기들을 기발한 상황들을 통해서 풀어간다. 듣도보도 못한 '아스트로파지'라니... '타우메바'라는 작명센스는 또 무엇...?! ㅎㅎ 설정 자체는 《마션》처럼 위기에 봉착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실험과 경험을 쏟아내는 비슷한 설정이지만,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던 주인공과 함께 과거를 더듬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이러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과 현재의 위기상황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실 이러한 스토리를 끌어가는 힘이 있는 작가인지라 내용은 말할 것 없이 재미있는데,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고 느꼈던 것은 역시 '로키'와의 만남이다. 둘이 처음 만나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장면부터 얼마나 귀엽고 재미있던지. 아직까지도 '로키'가 표현하던 '재즈 손동작'이 대체 어떤 동작인지 너무 궁금하다. 영화화도 결정되었다는데 영화로 재현된 장면을 보면 알게 되려나? ㅎㅎㅎ 어쩜 마지막 결말까지도 꽤나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분명 다른 작품이었다면 간지럽다고.. 신파냐고.. 조금은 부정적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장면들조차, 이 작품에서는 희한하게도 그냥 다 좋았다. 솔직히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을 앤디 위어가 또 써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을 정도... 《마션》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완성형에 가까운 작품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다.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고 많이 행복했던 것 같다.
“나 이제 자.” 내가 말한다. “자.” 터널의 불을 끈다. 나한테는 완전한 어둠이지만, 나를 지켜보고 싶어 하는 로키에게는 아무 차이가 없다. 두 세계 모두에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매일 밤 터널에서 잠을 잔다. 로키가 지켜본다. 이유를 모르겠다. 아직 그 얘기를 해보지도 못했다. 둘 다 다른 일로 너무 바빴으니까. 희한하게도 로키는 자기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내가 잠드는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 짧은 낮잠이라도.
아, 문제의 단어가 나왔다. ‘문화’. 우리는 문화적인 문제를 그냥 받아들이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다. 이렇게 하면 사소한 분쟁은 모두 해결된다. 기본적으로는 “내 방식대로 하자. 나는 그렇게 컸으니까” 하는 식이다. 서로의 문화가 충돌하는 상황은 한 번도 맞닥뜨리지 못했다. 아직은.
획기적인 과학적 발전이라니, 이상한 기분이다. ‘유레카’의 순간은 없었다. 그저 목표를 향한 느리고도 점진적인 진전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 목표에 도달하면 기분이 좋다.
나는 로키의 우주선을 가리킨다. “상대성에 관한 모든 정보가 노트북에 들어 있어. 너희 과학자들한테 살펴보라고 해.” “그래. 과학자들이 매우 좋아할 것임.” “양자물리학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그렇겠지. 그걸 알고 나면 정말 짜증낼 걸.” “이해 못 함.” 나는 웃는다.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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