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으로 출시되자마자 진작에 질러놓고는 정말 오래동안 묵혀두었던 책이다. 사실 어렸을적 책 좀 읽는 친구들, 혹은 과학에 좀 관심있다 하는 친구들은 이미 읽었을 책인데, 이제서야 각잡고 읽기 시작했다. 그것도 사실 혼자 읽으려고 생각했으면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을텐데 그나마 함께읽는 친구들이 있어서 나름 재미있게 잘 읽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취미로 하는 독서는 무조건 쉽게읽자...라는게 나의 신조인데, 일주일에 한챕터씩 읽으면서 친구들과 리뷰하며 읽으려니까 마냥 대충 읽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름 각잡고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나에게는 《총, 균, 쇠》보다도 읽기가 쉽지 않더라... 이건 내가 문과라는 방증인건가...
어쨌든 그래도 다 읽어내었다. 그리고 사실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이 책에 붙어있는 거창한 수식어들이나 이미지만큼 엄청나게 좋았고 엄청나게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분량과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책이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친구들과 대차게 까대며 읽었던 것도 사실. 아무래도 내 머리가 너무 커지고서 읽었던 탓도 있고, 또 나름 각 전문분야에서 활약중인 친구들과 읽다보니 본인의 직업관(?)까지 반영되면서 나름 굉장히 비판적으로 읽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뭐 그러다보니 더 재미있게 읽었을 수도 있었고... (칼 세이건이 이정도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집착했을 줄은....ㅎㅎ)
아무래도 이 《코스모스》라는 책이 천문학 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 한스푼 정도 막 뒤섞인 책이다보니 여기에 호불호가 갈렸던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점 때문에 나같은 문과출신은 책읽기가 조금은 더 수월했던 점도 있었지만, 스토리의 구성이나 개연성이 그렇게까지 스무스하진 않았던 것 같아서 더 그랬던 것도 같다. 물론 내가 불호라고 느끼는 것은 너무 '과학만세~'하면서 주장하는 부분이나, 우주개발에 더 힘을 써야한다는 주장을 너무 직설적으로 그리고 간지럽게 써내려갔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물론 호인 부분도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또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천체물리학 관련 서적들과 과학, SF소설 등에 더 관심을 갖고 확장하는 독서를 하게되었던 것은 참 좋았던 것 같다. 특이 이 시즌에 읽게 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읽고있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등은 너무 재미있고 좋은 책들이어서, 여기에 대해서도 이 《코스모스》에게 조금의 공은 돌려보고 싶다.
어쨌든 계속 묵혀둘것만 같던 이 책을 완독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심지어 재미있게 친구들과 토론도 해가며 읽을 수 있었음에 더 감사하다. 엄청 씹어가며 읽긴 했지만, 지금은 현실로도 이루어지고 있는 우주계발 혹은 천문학연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슈들이 꽤 있었고, 어쨌든 이러한 이슈를 다룰 수 있게 해 준데에는 칼 세이건이 대단한 역할을 한 것임에는 틀림 없다. 함께읽은 친구들과도 한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조금 더 어린시절에 이 책을 접했다면 아마도 우주에 대한 꿈과 환상에 더 집중하며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더 가깝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한다. 역사학에 예견론(豫見論)이 없는 것처럼 생물학에도 확립된 예견론이 없다. 이유는 양쪽 모두 같다. 연구 대상들이 너무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도서관 소속 학자들은 코스모스 전체를 연구했다. 코스모스(Cosmos)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 어이며 카오스(Chaos)에 대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한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敬畏心)이 이 단어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토론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논지의 완벽함이지 그 논지가 지니는 권위의 무게가 아니다.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권위가 배우고 싶어 하는 자들에게 장애의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국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판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인류사의 위대한 발견과 대면하게 될 때마다 우주에서 인류의 지위는 점점 강등됐다. 한 발짝 한 발짝 무대의 중심에서 멀어질 때마다 강등당하는 인류의 지위를 한탄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가슴과 가슴 깊숙한 곳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초점이며 지렛대의 받침목이기를 바라는 아쉬움이 아직 숨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녕 코스모스와 겨루고자 한다면 먼저 겨룸의 상대인 코스모스를 이해해야 한다. 여태껏 인류가 멋모르고 부렸던 우주에서의 특권 의식에 먹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코스모스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자신의 위상과 위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주변을 개선할 수 있는 필수 전제이기 때문이다.
과연 성간 공간에도 ‘로제타석’이 있을까? 우리는 성간 로제타석이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다른 문명권들이라고 해도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공통의 언어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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