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은 대여기간이 임박해서 읽은 책이다. 당시 5년대여 쯤으로 구입했던 것 같은데, 세월 참 빠르다. 몇년 대여.. 이런식으로 빌렸던 책들을 서둘러 읽어야 할 시기들이 또 왔다. 어쨌든 출간 당시 나름 화제성도 있었던 듯 하여 구입했는데, 솔직히 지금 읽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르는 일단 SF라고는 되어있는데 너무 현실적인 느낌이고, 또 지금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여타 SF나 디스토피아 소설들만큼 많이 무겁고 어둡지는 않다. 하지만 무겁지 않다고 표현했다고 해서 이 책이 던지고 있는 관점과 문제의식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이 소설만큼이나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솔직히 그정도로 직설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단지 많이 무겁지 않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주인공이 고등학생이고, 게임을 매개로 하는 에피소드들이 꽤 등장하며, 결국에는 몇몇 어른들이 개입하여 도움을 주는 장면들이 나오면서 약간의 가벼움과 발랄함을 양념으로 친 느낌이다. 그리고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조금 오버된 느낌들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이것이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을.
오히려 소설 자체는 끝까지 나름 쉽게 읽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진지해 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뒷부분에 실려있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아도 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보의 독점을 막기 위한 작가의 실질적인 활동들이 꽤 인상깊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있는 부분. 이 책처럼 정성스럽게 참고문헌을 작성한 책이 또 있을까? 각 문헌과 참고자료에 대해 너무 정성스러운 코멘트를 함께 붙여놓아서 이부분 역시 너무 인상깊게 읽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읽고싶은 책으로도 강추할 수 있을 정도로, 희한한 매력이 있는 작품을 또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우리는 책상 너머로 서로를 노려봤다. 교감은 겁을 주면 내가 굽실거릴 줄 알았겠지만, 나는 되레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었다. 사람을 기분 나쁘게 내려다보는 프레드릭 교감 같은 사람들을 대하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 상대방 머리에서 왼쪽으로 약간 떨어진 지점을 쳐다보며 아일랜드 민요의 가사를 속으로 외우면 겉으로는 완벽하게 침착하고 평온해 보일 수 있다.
“아직은 모르겠어.” 내가 인정했다. “내일 아침까지 시간을 줘. 최소한 그 정도 시간은 줄 수 있잖아.” 일단 하루 정도 비밀을 지키고 나면 그 비밀은 영원히 지켜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대피소에서 보호를 받는 대신 비밀 감옥에 잡혀 있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기억’해내기라도 한다면 부모님들이 더욱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볼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법률은 누군가가 실제로 나쁜 일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직 확률적으로 비정상적인 존재에게 현미경을 가져다 대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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