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조 메노스키 『킹 세종 더 그레이트』

| Mashimaro | 2021. 4. 9. 13:28

 

 

 

 


이 책은 출간 되었을 때부터 꽤나 관심을 갖고있었던 책이었다. 그래서 전자책은 언제 출간될 것인지 계속 체크하면서 기다렸던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단숨에 다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단 이 책은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외국인이 쓴 세종대왕에 대한 스토리라는 점이었다. 우리에게야 너무나도 익숙한 세종대왕이고 또 한글이지만, 이러한 한글과 세종대왕에게 반해서 소설까지 쓰게 되었다는 서문을 보게된다면, 아무리 국뽕에 찬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더라도 관심이 가게되지 않을까 싶다. 

서문을 통해서도 작가가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작품을 쓰기 시작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세종대왕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뚝뚝 떨어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여서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스타트랙을 써낸 작가이다보니 필력을 속일수는 없나보다.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틱한 스토리전개를 느낄 수 있다. 

생각해보니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와 관련된 스토리는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 김진명 작가의 《직지》, 그리고 이번 조 메노스키의 《킹 세종》을 읽은 것 같다. 앞선 두 작품이 스펙터클하고 자극적인 드라마에 가깝다고 한다면, 《킹 세종》은 조금 더 정극에 가까운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책 설명에서는 역사판타지라고 소개하고는 있지만, 읽다보면 판타지적 요소보다는 역사소설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물론 당연히 이 작품은 완벽한 픽션이다. 스타트랙과 같은 작품을 써낸 이력이 있는 만큼 드라마틱한 요소와 긴장감이 더해지는 장면들도 감초처럼 적절하게 등장한다. 덕분에 지루하지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숙주가 코이누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정말 인상깊게 남았고, 화살에 맞은 순돌과 세종이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눈물까지 났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재미있게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작가의 필력보다도, 이 작품을 쓰기위해 한국의 역사를 공부했을 작가의 노력에 더 감동했던 것 같다. 조선, 고려의 역사 이외에도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전체의 정세까지 열심히 조사해서 쓴 모습이 잘 드러난다. 우리에게야 익숙한 스토리이지만 그시기의 동북아시아 정세와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잘 담아낸 작품인 것 같아서 솔직히 좀 놀랐다. 심지어 일본어까지도 꽤 많이 등장해서 참 준비를 많이 한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에센 '태자'를 일본식 표기인 '타이시'로 표현한 것은 아직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이부분 때문에 영어원서로 읽어보고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ㅎㅎ 

어쨌든 오래간만에 꽤 흥미로운 작품을 읽게된 것 같다. 이번달은 독태기가 다시 돌아와서 좀 힘들었는데, 덕분에 독서에 추진력을 얻은 것 같아서 좋다. 



박팽년은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사고하는 과정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반드시 글로써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붓끝과 종이 사이의 공간에서 어느 정도는 구체화할 수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글을 쓰는 행위는 사고를 구체화하는 수단, 나아가 백성들 전체가 공유하는 문명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었다.

세종의 발명품은 미천한 자의 추잡한 생각마저 종이 위에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부여했다. 새로운 문자가 반포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최만리의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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