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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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조설근, 고악 『홍루몽 1』

| Mashimaro | 2020. 11. 24. 14:54







서유기와 함께 《홍루몽》을 읽기 시작했다. 둘다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소설이고 또 중국문학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솔직히 《서유기》는 알고있었지만 《홍루몽》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책 서두를 읽는데 어찌나 이 책에 대한 예찬이 엄청나던지... 중국문학의 정수..라고 소개하면서 이 책이 어떠한 번역을 거쳐왔고 연구자들이 어떻게 연구를 해왔는지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어쨌든, 중국고전 중에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뜻.


첫 시작은 서유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것 처럼, 익숙치않은 중국적인 표현과 의미를 파악하는데만도 숨이찼다. 그래서 역시나 각주를 다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고 스토리 중심으로 쭉쭉 읽기로 했다. 물론 스토리 자체는 술술 읽힐 정도로 나름 재미가 있다. 문제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것. 2부에 영국부와 녕국부의 가계도가 실려있어서, 리더기 두개를 펼쳐놓고 가계도를 확인하면서 읽기도 했다. 참고로 책 마지막에 등장인물 사전, 영국부와 녕국부 집안의 평면도, 4대 가문 가계도, 연표 등이 실려있다. 뭔가 제대로 따라가려면 이 부록들을 프린트해두고 읽어야할 것만 같다. 


이 소설은 역시나 서유기》와 참 비슷한 요소가 많은데, 일단 두 작품 모두 '돌'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나라 난생신화처럼 고대 중국문화에서는 '돌'이 큰 의미를 가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돌 → 옥'과 같은 흐름으로 주인공은 옥을 물고 태어나고 그래서 이름이 보옥이다. 그리고 역시나 도교적인 세계관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 하다. 역시나 각주의 분량이 엄청나고 특히 5부에서 각주까지 모두 읽다보면, 이 소설 전체 스토리에 대해서 스포당하는 느낌이다. 각 주요인물별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죄다 써있다는... 


어쨌든, 12권으로 구성된 이 긴 소설을 이제 한 권 다 읽었다. 서유기》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자체는 나름 재미있어서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어쨌든 유명한 고전인 만큼 정말 많은 부분이 작품 속에 담겨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일단은 완독을 목표로 가볍게 읽으려고 한다. 그리고 뭔가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다시 읽으면 되겠지... 대망》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어쨌든 이런 작품들은 일단 읽어내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뿌듯함이 있으니까. ^^




울적한 심사를 풀며 심심풀이로 한번 읽어 볼 만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이야기가 생긴 왕조와 연대, 나라와 지역은 밝혀져 있지 않아 알아낼 길이 없었다.


중의 말을 들은 바위는 웃으며 대답했다. “스님이라는 분이 어찌 그처럼 어리석은 말씀을 하시는지요? 왕조나 연대가 밝혀져 있지 않다면 스님께서 이제라도 한나라나 당나라의 연대를 빌려다 좋을 대로 붙여 놓으면 될 것인데 어려울 게 있습니까?


그런데 오늘 이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살기조차 쉽지 않은 판이고 탐욕스런 부자들은 간혹 한가한 때라도 있게 되면 주색잡기에 정신이 팔리고 물욕과 번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판이라 어느 여가에 골머리 아픈 정치에 관한 책을 읽고 있겠어요?


“일이야 있건 없건 상관 있니? 전 같으면 우리를 있는 대로 다 오라고 했을 테지. 그러면 넌 아무래도 불편할 게 아니냐? 우리는 청하지 않고 너 혼자만 오라는 걸 보니 너를 한시름 놓고 푹 놀게 하려고 그러는가 보다. 그러니 남의 성의를 저버려서야 되겠니. 만사를 제쳐놓고라도 다녀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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