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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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신예희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 Mashimaro | 2020. 11. 16. 21:07







솔직히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는 언젠가 꼭 읽어야지라고 생각은 했었다. 때마침 오늘 리디셀렉트에 업로드 된 것을 발견하고 바로 다운받아서 읽어봤는데, 역시나. 초반에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글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얼마 전에 읽은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를 접했을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물론 느끼는 장르는 살짝 다르기는 했지만, '공감'이라는 비슷한 방법으로 나에게 나름의 '힐링'을 준 것은 다르지 않다. 물론 내가 느낀 힐링의 영역이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의 경우가 추억을 통한 '위로'였다면, 이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은 현재진행형의 공감을 통한 '즐거움'이랄까..?


일단 저자와 연령대가 아주 많이 차이나지 않는다. 따라서 겪어온 시절과 경험도 어느정도 공유되는 입장이다. 거기에 비혼이라는 그리고 삼남매라는 공통점, 아주 부자이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이제는 원하는 것을 살 수는 있는 나이, 젊음과 노화의 경계선에서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기, 관심사와 고민거리에 이르기까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넘치도록 많았다. 그리고 당연히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싶을 정도로 공유되는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에세이도 나름의 여러가지 장르가 있고, 또 그 작품들이 가지는 역할들 또한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내가 에세이를 찾아읽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공감'을 필요로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여차하면 비슷한 장르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자기계발서적과 이러한 점에서 구분되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 무언가를 조언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닌, 그저 작가의 이야기를 함으로서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심하게 공감되고 심하게 재미있는 책이었다. 아마도 소재가 소재인 만큼, 어느정도 나이가 차고 어느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먼슬리에세이'라는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라고 한다. 시리즈의 구성을 보니, 관심있는 작가들의 이름들이 꽤 보인다. 책 마지막에는 다음 에세이의 예고편과 같은 글이 실려있는데, 이 또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아마도 찾아읽게 될 것 같은데, 읽으면서 이 출판사 영업 잘하네..라고 생각했다는. 심지어 (다음 달에 계속)하며 컷하는 스킬이 마치 드라마 엔딩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쨌든, 덕분에 아무튼 시리즈 이후로 좋은 시리즈를 또 하나 알게되어 기쁘다. 




없는 게 없다. 많기도 많다. 옷장 속엔 옷이 가득하고 화장대 위엔 화장품이 빼곡하다. 들고 다닐 가방도 몇 개나 있고, 현관과 신발장엔 신발이 넘쳐난다. 노트북과 휴대폰, 거기다 아이패드에 전자책 단말기도 있다. 사람은 한 명인데 우산은 여러 개다. 이미 집도 있고, 차도 있다. 생활에 필요한 건 다 장만했구먼, 그런데도 나는 왜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맬까?


이제 알겠다. 내 기분 좋으려고 사는 물건은 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오만가지 제품을 쫙 깔아놓고서 그중 가장 가성비 좋은 걸 고르는 게 아니라, 첫눈에 확 꽂히는 걸 집어야 한다. 그러니 저렴이로 만족할 수 있을 리 없지. 저렴이 500개 살 시간에 고렴이 1개 사는 게 훨씬 즐겁다. 광고도 근사하고 모델도 멋지고 패키지도 있어 보인다. 보여주고 싶고 티 내고 싶고 자랑하고 싶다. 마흔 몇 살 먹어도 나는 그렇다.


그놈의 집밥! 집밥을 만들어야 부지런한 것이고, 집밥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은 판타지다. 나는 김치가 건강식이라서 먹는 게 아니다. 유산균이 몇 억 마리네, 발효식품의 신비가 어쩌네 하는 이야기도 별 관심 없다. 김치를 먹을 때마다 내 몸에서 슈퍼파워가 불끈불끈 솟아나올 리 없다. 그냥, 맛있어서 먹는다.


자기 손으로 지겹게 끼니를 챙겨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남이 해주는 음식은 뭐든지 그저 다 좋다는 것을.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장을 보지 않아도 되고, 재료를 다듬지 않아도 되고, 불 앞에서 지지고 볶지 않아도 되고,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무려 8첩 반상을, 반찬도 매일 바뀌는데 딸랑 6천 원밖에 안 해… 심지어 맛까지 좋아… 식당 사장님 보고 계신가요, 사랑합니다….


새벽배송 음식은 비싸다. 내가 직접 마트에 가서 가격을 비교해가며 장을 봐다가 만드는 것보다 비싸다. 한동안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내 살림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걸까? 나는 게으른 사람인 걸까? 하던 대로 직접 요리하는 게 나을까? 글쎄요. 돈은 절약할 수 있겠죠. 하지만 시간을 쓰고, 머리를 쓰고, 몸을 써야 한다. 나는 그걸 이제 그만하고 싶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답이 나온다.   Q: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 A: 일을 좋아하고, 일을 잘하고, 더 잘하고 싶은 사람.   그렇다면 원하는 걸 성취하기 위해 다른 부분엔 좀 관대해져도 되겠네요. 앞으로도 맛있게 사 먹겠습니다.


그리고 우선순위는 영원하지 않다. 오늘의 나에겐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가슴 떨리고 행복한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트위터의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키보드나 마우스, 책상, 의자 같은 물건은 21세기 문방사우라고. 그러니 누가 뭐라든 간에 내 취향을 가득 담은, 내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서 즐겁게 쓰자고. 무릎을 탁 쳤다. 현자이십니다.


중년의 나이, 작정하고 멋을 내긴 했는데 뭔가 미묘하게 촌스럽다면 자신이 가장 젊고 잘나갔던 10년 전 스타일에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20년 전 패션은 빈티지하고 레트로하며 힙하지만 10년 전 패션은 영 촌스럽기만 한 것, 그것이 바로 심오한 유행의 세계….


업데이트에는 생각보다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 오늘의 내가 구버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만 지금까지 하던 대로 계속해도 되지 않느냐고, 쓰던 물건을 그냥 쭉 써도 문제없지 않느냐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낼 것이고 주기적으로 나를 탈탈 털어 재정비할 것이다. 그걸 못한다면 과거의 영광 속에 묻혀 살아갈 뿐. 아 물론, 영광이란 게 있다면 말이죠.


그래선지 나는 욕심이 많다. 더 좋은 걸 갖고 싶다. 오랫동안 이런 내 마음에 대해 죄책감 같은 걸 느끼며 살았는데, 욕심이라는 단어가 거의 언제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어서다.


우선순위의 가장 맨 위엔 언제나 내가 있다. 무엇도 내 위에 있지 않다. 누가 뭐래도 그건 지킨다. 음식을 만들어 제일 맛있는 부위를 나에게 준다. 내 그릇엔 갓 지은 새 밥을 담는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좋은 걸 몰아주지 않고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다. 영 손이 가지 않을 땐 아깝다는 생각을 접고 음식물쓰레기로 처리한다. 난 이거면 된다며 복숭아 갈비뼈를 앞니로 닥닥 긁어 먹는 짓은 하지 않는다. 내 몸뚱이와 내 멘탈의 쾌적함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지키기 위해 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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