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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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로스 클라크 『현금 없는 사회』

| Mashimaro | 2019. 5. 28. 16:35






우연히 발견하여 읽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그야말로 지금의 시대에 고민해보아야 하는 이슈이며, 나 자신의 생활과도 굉장히 밀접한 테마였다. 어찌보면 디지털시대에 들어선 지금, 아날로그에 대한 생각과 디지털에 대한 경계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워낙에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에 그야말로 단숨에 읽었던 것 같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현금없는 사회에 대한 경계심이 더 강하다. 나는 어찌보면 현금없이 하는 생활을 지향하고 있는 상태이다. 애플페이나 스이카,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페이 등을 선호하고, 되도록이면 지갑을 꺼내지 않고 휴대폰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좋아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에 비해 동전을 더 많이 사용하고, 1엔단위까지 세금을 계산해야 하는 일본에서는 현금없는 생활은 매우 편하고, 삶의 속도도 빨라진다. 

하지만 이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에 생각에도 역시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편리함에 나 역시 이러한 생활을 지향하지만, 과연 현금없는 사회가 우리에게 ‘반드시’ 편리하다고만 할 수 있을것인가. 또한 이후에 어떠한 식으로 변화될 것인가. 더욱이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국가나 은행에서 현금없는 사회를 추천하는 이유였다. 금리에 대한 문제, 정책에 대한 문제, 사례 등을 읽으면서 꽤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또 생각치 못하게 놀라웠던 부분은, 유럽 등지에서 현금없는 사회가 생각보다 꽤 많이 진전되어 있었단는 사실이다. 이제는 기기를 다루는 스킬이 없다면, 평범한 구매, 주차, 이동 등의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울 수 있는 시대가 ‘벌써’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스스로 우리에 대한 정보를 마케팅용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이미 꽤 진행된 일이다. 

책을 읽은 후이기는 하지만, 나는 여전히 휴대폰으로 결제등을 할 것이다. 이미 제도적으로 변화된 부분이 있고, 지금까지 경험한 편리함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어떠한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경계하며 확인해 갈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제도적인 부분이나 큰 흐름들을 내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판적인' 수용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마스터카드가 아무리 찾고 싶어도 한 국가의 경쟁력과 비현금 거래 비율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한 국가의 현금 거래 비율은 주로 그 국가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 독일 사람이 영국이나 스웨덴 사람보다 현금을 더 선호한다. 독일 경제가 다른 두 국가의 경제보다 뒤떨어져서가 아니라 독일 사람들이 현금 폐지로 인한 사생활 침해를 그 누구보다 경계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함부로 도입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가 확대되면 예금주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모두 인출하지는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금 사용이 중단된다면 어떨까? 금리가 마이너스 2, 3, 4퍼센트로 떨어지는 것을 견제할 방법이 사라진다. 소파 아래에 더 이상 돈을 숨기지도 못할 테니 은행이 정한 마이너스 금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 사람들이 현금을 선호하는 것은 시대가 뒤쳐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그들은 현금 없는 사회로 유인하려는 국가의 꼬임에 넘어가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노련하다. 전자적인 모든 것의 발상지나 다름없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그 국민들은 현금 없는 사회가 우리를 기만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조종당하기를 거부한다. 


현금 없는 사회가 되면 전자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금융 사기의 표적이 되고 말 것이다. 


온라인에서 우리 돈을 사취하는 범죄 조직의 여러 사례에서 보았듯이 한 거래가 전자적으로 이루어져 이론상으로 추적이 가능하다고 해서 누군가 그 거래를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금 없는 사회를 찬성하는 지지자들이 휴대전화가 지갑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할 때마다 그들이 도시 외곽에 가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전원 소켓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그들이 관절염을 가진 사람들의 어려움을 들어본 적이 있거나 터치스크린으로 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신체조건을 지닌 사람들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전 세대들이 펜이나 종이 그리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자란 것처럼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자란 똑똑한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이사할지도 모르지만 영국 성인 10명 중 1명이(2017년 1/4분기 기준으로 9퍼센트에 해당한다) 인터넷을 단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현금 없는 사회가 꼭 의미 있는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세계 경제 대국들이 이미 오래 전에 현금을 없앴을 것이다. 점점 현금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자국민을 더 감시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화폐는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화폐로서의 기능도 무너진다. 만약 정부가 화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의도로 앞으로 우리가 민간 기업들이 제공하는 카드, 전자 태그,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로만 거래해야 한다고 공표하고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우리 재산을 서서히 깎아내리려고 한다면 정부가 의도한 대로 화폐는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신뢰를 잃은 화폐를 대체할 다른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것이다. 


은행이 동전과 지폐를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사실상 중앙은행에서 화폐를 사들여야 한다. 또 중앙은행은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을 다른 곳에 투자해 이자를 벌어들일 수 있다. 우리 주머니 속에 있는 모든 현금은 사실상 정부가 받은 무이자 대출이나 마찬가지다. 


현금이 법정 화폐로 남아있는 한 기업은 고객에게 현금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우리가 늘 현금으로만 지불하기를 바란다는 뜻은 아니다. 전자 결제가 훨씬 더 편리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사용법이 복잡하여 수수료를 챙길 기업 외에는 누구에게도 특별히 이로울 게 없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순순히 동조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과연 그들이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분명히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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