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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Mashimaro | 2019. 1. 28. 20:39






아는 언니가 완독책이라며 SNS에 올려서 접하게 된 책인데, 심지어 나를 콕! 찝어서 꼭 읽어보라는 추천이 있길래 찾아서 읽어봤다. 그리고 역시 언니는 날 너무 잘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재도 소재였지만, 작가의 말투하며,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대체 이 작가를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 작품이 더 재미있는 것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을 들라고 하면, 한마디로는 부족할 것 같다. 어쨌든 일단 별 다섯개이다.


사실 가장 처음 눈에 띄었던 것은 역시 소재이다. 여자축구라니. 내가 스포츠광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아마추어에서 여자축구팀이 있다는 사실 자체부터 벌써 눈이 확 뜨였다. 덕분에 최근 80%정도는 거의 무료책만 읽던 내가, 오랜만에 정가대로 구매하고 산 책이 되었다. 사실 여자축구라는 소재도 나를 당기긴 했지만, 이전에 읽었던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스포츠를 통한 에세이에 대한 기대감 또한 있었다. 물론 두 작품을 모두 읽은 후에 감상은 전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나에겐 다른 의미로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다. 


어쨌든,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역시 작가의 입담 아니 글빨이다. 어쩜 그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는지. 너무 생생해서 TTS로 들어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거기다가 상황들도 재미있는 상황이 많아서, 책을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게 된 경우도 정말 많았다. 제목은 어찌 또 그리 잘지었는지, 제목대로 '우아'하고 '호쾌'했다. 역시, 독서를 하면서 이런 책 한권씩은 꼭 끼워서 읽어줘야 할 듯 하다. 혹시, 새해부터 독서를 결심했으나 막막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책 추천해본다. 독서에 대한 지루하고 막막한 이미지들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난 강추천이다. ^^





그럼에도 이날은 어쩐지 간단하게 마음이 정해지지 않았다. 논의의 성격상 불가피했지만 시니어 팀 할아버지들을 ‘죽을 사람들’로 카운팅하게 된 모양새가 마음에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분들에게 결례라서만은 아니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의금을 논하는 형식 , 그러니까 ‘죽음 값’을 매기는 형식에는 , 우리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마음속 깊숙한 곳에 묻어 두고 안 그런 척하고 사는 ‘인간의 값’을 매기는 방식의 일부가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방어할 틈도 없이 정면으로 마주친 그 계산은 내 안의 어떤 인간다움의 영역을 건드렸다.


확실히 최근 2년 동안 나의 고민은 ‘애도의 진심’에서 형식적이든 가식적이든 ‘애도의 행위’로 옮겨 간 것 같다. 물론 조의금이 그 답은 아니지만. 이렇게 속절없이 왔다 갔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두서없는 마음으로 조의금을 냈고 일말의 편한 마음을 샀다.


살다 보면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해서 미안한 경우도 있지만 ,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미안한 경우도 있다. 인생이 참 쉽지가 않다.



새삼 깨달았다. 자신의 부재를 누군가에게 미안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강자라는 것을. 미안할 수 없는 , 누구도 그 미안함이 필요 없는 입장도 어딘가에는 늘 있으니까.


어떤 새로운 세계 안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은 그게 그저 생각에서 그칠 뿐 실제로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일 때 그 안전한 거리감 속에서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친해지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잘하지 못할 적극적인 구애의 표현을 생전에 만나 보기도 힘든 스크린 속 스타에게는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입단 첫날 얼굴에 긴장이 역력했을 나에게 그녀들이 호탕하게 웃으며 호언장담했던 “첫 반년을 넘긴 사람들은 평생 축구 못 그만둬요. 이거 , 기절해요.”라는 말 그대로 축구가 갖고 있는 매력도 어마어마했지만 , 축구공과 축구하는 여자들에 둘러싸여 보낸 시간들은 축구를 통해 세상의 어떤 틈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주연을 포함 , 내가 입단하기 전 이미 출산과 육아로 축구를 잠정적으로 그만둬서 얼굴도 모르고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그녀들이 왜 하고 싶은 축구를 하는 동안 아이 맡아 봐줄 사람으로 남편보다 같은 팀 여자들을 자동적으로 먼저 떠올리는 건지 , 오주연의 남편도 어느 클럽 팀에 소속되어 축구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 그도 아이의 탄생과 함께 팀원들과 송별회를 하고 몇 년간 피치에서 떠나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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