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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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 Mashimaro | 2018. 12. 10. 13:27






오랜만에 참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재미있는 책이긴 한데, 이 책은 소설과 같은 픽션이 아니다. 엄연히 사회적인 트렌드를 분석하고 90년생으로 대표되는 이들을 통해서 한국사회를 관찰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내가 바로 전 세대인 80년생에 해당해서 그럴수도 있겠고, 또 읽으면서 때로는 공감하면서 때로는 진짜? 하고 반문하면서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실제로 내가 생활하고있는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일단,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어보려고 선택했을때, 책 표지를 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재미있게 썼을 것 같은 그런 선입견이 있었다고나 할까? 물론 역시나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그렇긴 하지만, 내용이 가볍고 마냥 재미있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조사하고 분석해서 나름의 근거들을 제시한다. 덕분에 몰랐던 자료나, 최근의 트렌드, 그리고 이러한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X세대라는 말이 문학작품에서 나온 시작된 표현이었다니...) 또한 현재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는 나로서는, 나름 최근의 한국사회/문화에 대해서 어느정도 공부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이유는, 세대간의 이해를 도와줄 것 같아서이다. 흔히 꼰대로 이야기되는 기성세대와 그런 꼰대들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별종들인 90년대생들. 그리고 앞으로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는 이후 2000년대생들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국사회는 제너레이션 갭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콕 찝어서 90년대생을 타겟으로 글을 쓴 것도 아마 이세대들이 현재 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일하고 있는 20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도 지적한 것 처럼, 솔직히 지금까지도 그러한 생각차이를 어렴풋이 알고는 있으면서도, 서로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이해할 수 없고 별종이기만 했던 그들이 왜 그러한 행동들과 그러한 생각들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나 또한 많은 부분들을 배웠다. 적어도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는게 좋을 것 같은 책이다. 





그러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세대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에는 새로이 출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변화가 그 전제가 되는 것이다. 이 변화는 구세대가 만들어놓은 틀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데, 그 변화의 끝에서 틀은 깨지기 마련이다. 구세대로서는 그 틀이 깨지면 의식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른들의 말을 왜 안 듣냐?"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한겨레> 인터뷰에서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라는 촌철살인으로 화제가 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오늘날이 '먼저 안 게 오류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농경사회에서는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혜보다는 노욕의 덩어리가 될 염려가 더 크다는 겁니다."라며, "지금은 경험이 다 고정관념이고 경험이 다 틀린 시대입니다. 먼저 안 건 전부 오류가 되는 시대입니다. 정보도 지식도 먼저 것은 다 틀리게 되죠."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과거 경험이 이제 판단의 기초 혹은 가르침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일랜드 출신 경영컨설턴트 찰스 핸디 Charles Handy는 그의 저서 《코끼리와 벼룩 The Elephant and the Flea》에서 "신기술의 변화는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를 흥분시키는 데 반해 35세 이상에겐 당황하고 난처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이를 2010년 이후 급격한 변화에 따라 맞춰서 생각해보면, 모바일로의 급격한 변화는 70년대생들에게는 일종의 재앙과 같았고, 80년대생들에게는 일종의 도전이었으며, 90년대생들에게는 새로운 삶으로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90년대생들에게 이제 정직함과 신뢰는 말로써 약속되어야 할 것이 아니다. 명문화되거나 강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신뢰의 시스템화'를 원하는 것이다. 



사이먼 시넥은 이 '놀라운 아이들'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들이 협동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아이들에 대해 더 장기적으로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년이 아니라 일생 동안을 말이다. 그는 이들의 성장환경에 기인한 조급성을 해결하기 위한 책임은 기업에 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도 이들을 조직의 문제아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이들의 성장과 생활 전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너희는 참는 법을 배워야 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응을 도와주는 것이 90년대생들이 맞이하는 조직의 새로운 리더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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