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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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사카 고타로 『피시 스토리』

| Mashimaro | 2018. 6. 6. 20:58






벼르고 벼르던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이제서야 한권 읽었다. 매번 사두기만 엄청 사두고, 책장에 책은 늘어가는데 막상 손을 댄 책이 없었다. 몇년 전에 일본어 원서로 사서 조금 읽은 《사막》 정도를 제외하고는 첫 페이지조차 열지 않은 책이 수두룩하다. 사실 이사카 코타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골든슬럼버》와 《마왕》을 쓴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서 부터이다. 하지만 좀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된 계기가 있으니, 이 작가가 우리학교 선배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부터이다. 바로 옆옆 건물인 법학부 출신이고, 또 현재도 센다이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낯익은 지명과 환경이 자주 등장해서 이미지화하며 읽기가 쉬웠다. 심지어 원서로 읽다가 쉬고 있는 《사막》의 경우는 그 무대자체가 학교여서 옆 연구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조차 들기도 했다. 

이 작품은 드물게도 이사카 코타로의 단편집이다. 총 4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양적으로 보면 단편과 중편의 경계쯤인 느낌도 든다. 사실 난 단편소설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데, 그러한 선입견을 깨 준것이 최은영작가의 《쇼코의 미소》였고,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두번째로 깨 준것이 아마 이 《피시 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일단 하나하나의 작품이 뜬금없기보다 알기쉬운 스토리로 되어 있다는 점. 짧은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흡입력이 있다는 점. 무엇보다 난해했던 소재들을 유쾌하게 매듭짓는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두번째 작품을 읽으면서 엄청 집중해서 빠져들었던 것 같다. 다 읽고나면 그런 스토리였어? 정도의 느낌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스킬을 보며 이 사람도 정말 이야기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을 자연스럽게 네번째 작품에 연결시켜 활용하는 면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집의 제목으로도 쓰인 세번째 작품 피시 스토리는 참 참신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문학작품을 매개로 한 여러가지 작은 에피소드를 엮어내었는데, 각 에피소드들의 화자가 누구인지만 헷갈리지 않고 잘 쫓아간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집의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의 특징을 어느정도까지 나타내어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작품들이라면 부담없이 계속 읽고 싶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편소설집에서 이러한 인상을 받았으니, 제대로 된 쌓여있는 그의 작품들을 이제 서서히 개봉해봐야 할 것 같다. 





"뭐든 좋아요. 물고기 이야기니까 <물고기의 노래>라고 해버릴까. <피시(fish)>도 좋고."

"영어로 피시 스토리(fish story)라고 하면, 허풍이라는 뜻이야." 



"신날 것 같아서." 특별한 사상이나 신앙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유럽에서 체포된 그들은 동기를 밝혔다. 요즘 세상은 거의 대부분을 시스템에 맡기고 인간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시스템을 조금만 파괴하면, 가령 변수에 일부 오버플로만 발생시키면 대참사가 일어난다. 집에서 컴퓨터만 조작하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니 신나지 않냐 한다. 




[작품 목록]

동물원의 엔진

새크리파이스

피시 스토리

포테이토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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