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는 것 같다. 사실 어려서부터 글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그리고 특히 독서감상문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싫어했었다. 책을 읽는 것은 너무 좋았으나, 그걸 다시 나의 언어로 어떻게 쓰고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이렇게 매번 블로그에 책 리뷰를 적을 정도로 바뀌었다니. 나도 꽤 바뀐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난 글쓰는 것이 어렵다. 글쓰는 것이 어려운 사람인데, 직업상 논문이라는 글을 자주 써야만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블로그에 쓰는 이러한 글은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쓰는 중이다. 내가 책을 읽고 쓰는 이러한 글을, '서평'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리뷰'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에겐 왠지 '리뷰'라는 표현이 조금 더 가벼운 인상을 주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자 선택했을 때에는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 이미 구입해둔 스티븐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든지 히라노 게이치로의 《챍을 읽는 방법》 같은 책들보다 먼저 이 김중혁작가의 책을 읽게 된 것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서이다. 그리고 다행히 그 예상은 맞아떨어진 것 같다. 충분히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다행히 김중혁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고 쉽게 풀어주었다. 각 챕터나 그림을 이용한 장치들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절반정도는 작가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설가의 입장에서의 생활과 생각을 공유해 준 것이다. 심지어 앞 챕터에서는 글쓰기위한 재료들이나 그 이외에 환경들을 소개하는데, 일단 나도 사용하고 있는 툴 들도 참 많았고, 또 일상생활에서의 모습에서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굉장히 많았다. 개인적으로 나도 애용하는 53펜슬과 스크리브너가 등장했을 땐 은근 속으로 열광했다는...ㅎㅎ
어쨌든 소설가의 입장에서 글쓰기의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논문을 쓰는 나에게나 블로그를 쓰는 나에게도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결국에 글쓰기는 생각에 대한 것, 스타일에 대한 것, 사람에 대한 것, 삶에 대한 것... 즉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제목인 '무엇이든 쓰게 된다'라는 표현이 참 좋은 것 같다. 결국 27년이나 글을 써왔다는 저자도 창작이라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러한 솔직한 생각들을 풀어준 부분들 때문에 공감가는 내용들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론 김중혁작가의 소설들보다는 이런 에세이류가 더 마음에 든다. 소설가에겐 실례되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마감이 없는 날이다. 마감이 없다는 것은...... 써야 할 글이 없다는 뜻이고, 써야 할 글이 없다는 것은...... 오늘은 소설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작가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이야기든 말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써보면 알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써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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