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댄 주래프스키 『음식의 언어』

| Mashimaro | 2017. 3. 9. 02:08






이 책은 언어학책이다. 사실 단지 음식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난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음식은 소재이고, 음식을 통해 언어인류학적으로 풀어 쓴 글이다. 근데, 그래서인지... 난 너무 진도가 안나갔다. 전공이 인류학이었던지라, 인류학적 시각이나 어원을 통해 풀어가는 음식의 역사는 참 흥미롭고 재미있다. 근데, 문제는 소재. 참... 내가 음식이나 요리에 대해 지지리도 모른다는 걸 실감했다...ㅠㅠ 이게 무슨음식이고, 이름이 뭔지, 뭘 뜻하는건지 알아야 이해가 빠를텐데... 뭔지를 모르니 내 머리속에서 이미지화가 안되는거다...--;; 

그리고 두번째는 문체라고 해야하나 번역이라 해야하나... 난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일단, 문장이 참 길다. 뭐, 반은 논문이라 해야하는 책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맨날 논문을 끼고 사는 내가 읽어도 쉽게 읽히는 문장은 아닌 것 같다. 이게 저자의 문체가 그런건지.. 한국어로 옮기면서 장황하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모르는 용어에 읽기힘든 문체는 나를 참 힘들게 만들었다. 물론, 나의 영어실력이 아주 형편없다는 것도 한 몫 했다. 


그래도 흥미있는 내용들도 많았다. 특히나 왜 '케첩'이 아닌 '토마토케첩'이라고 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끌어낸 문제제기는 참 인상깊었고.. 스시나 덴푸라가 케첩과 피시 앤 칩스와 관련이 있다는 등의 에피소드들도 참 재미있었다. 전설모음, 후설모음을 통해 맛의 느낌을 판단하게 되는 심리적인 부분도 참 재미있었고... 세계사에 나타나는 요리들 중에서 아랍이나 페르시아쪽의 영향을 받은 부분들도 상당하다는 것도.. 어쨌든, 언어인류학 책을 읽은 것 같아서 재미있긴 했다. 오늘이 반납일이라, 정말 막판엔 거의 억지로 읽은 셈이긴 하지만.. 언젠가 요리도 좀 하고, 음식문화에 조금 더 익숙해 진 후에 다시 자세히 읽어보고 싶기는 하다.







여러 민족이 문화적 보물이기나 한 것처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 요리들이 속한 가족(페루・칠레・에콰도르의 세비체, 영국의 피시앤드칩스, 일본의 덴푸라, 에스파탸의 에스카베체, 프랑스의 아스피크)은 바빌론의 고대 이슈타르 숭배에서 먼저 예고되었고,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도에 의해 발명되었으며, 아랍 무슬림들의 손에서 완성되었고, 기독교도의 응용을 거쳐 페루의 모체족 요리와 융합되어, 아시아에는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영국에는 유대인들에 의해 전달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 모든 시크바즈의 후손들을 샌프란시스코와 전 세계의 다른 온갖 번잡한 도시에 가득 찬, 가끔은 한 구역 안에도 여러 군데씩 있는 각국 식당들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700년경 일본인들은 이 동남아시아식 생선과 쌀 발효법을 쓰기 시작했는데, 새로 배워온 이 음식을 스시(鮨)라 일컬었다. 지금은 일본어로 나레즈시(熟れ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초기의 발효 생선이 현대판 스시의 선조다. 18세기에는 스시의 유산균 발효법이 식초로 대체되면서 현대식의 싱싱한 생선을 사용했고, 19세기에는 생선이 발효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먹기 시작했다. 


케첩에 얽힌 사연 즉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만들어진 발효 생선 소스부터 일본의 스시, 우리의 현대적인 달콤한 토마토 즙액에 이르는 이야기들은 결국 세계화의 이야기이며, 하나의 세계적 강대국이 몇 세기에 걸쳐 세계를 지배해온 이야기다. 그러나 그 강대국은 미국이 아니며, 그 세기는 우리의 세기가 아니다. 여러분의 자동차 좌석 밑에 떨어진 작은 케첩봉지는 지난 천 년대의 대부분 기간 동안 세계경제를 지배해온 중국 경제력의 상징이라 생각하라.


그러므로 터키(turkey)라는 칠면조 이름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는 16세기 유럽인들이 포르투갈의 무역상 비밀주의 때문에 두 종류의 새를 혼동하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또는 실제로 거래되기는 했지만 유럽 최초의 교역 전용 건물에서 칠면조가 거래되었다는 것도 아니다. 또한 17세기 푸에블라의 주방에서 바람에 날려 음식에 들어간 여러 종류의 향신료에 관한 전설, 아니면 멜레아그로스의 누이들이 기니파울로 변했다거나 청교도들이 왐파노아그족을 초대해서 추수감사절 칠면조 만찬을 대접했다는 식의 환상적인 전설 따위도 아니다.

우리 추수감사절 음식에 담긴 진짜 의미는, 참혹한 노예제의 실상과 이민의 지독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인과 영국인들이 자기들 고향땅의 음식을 가져와서 새로운 나라의 요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토착 아메리카인과 에스파냐인들이 투쟁과 학살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자기들 요리의 여러 요소를 한데 섞어 각자 선조들의 음식문화를 보존하는데 기여하는 메스티소 몰레 포블라노 데 과홀로테를 창조해낸 것처럼 말이다. 


밀가루(flour)와 소금(salt)의 언어학적 역사는 정제되고 염장된 식품을 향한 우리의 오랜 사랑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시즈닝(seasoning)이라는 영어 단어는 이와 다른 종류의 힌트를 알려준다. 이 단어는 본래 소금을 더한다거나 향신료 또는 허브를 넣어 맛을 더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의 발음 그대로 '계절(season)에 따라 과일을 완숙시킨다'는 뜻이었다. 


《아피키우스(Apicius)》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더 옛날의 요리책에는 소스가 많이 나온다. 라틴어로 된 이 책은 여러 사람이 쓴 4세기경의 조리법 선집이다. 그러나 그 책에서 소스를 가리키는 단어는 이우스(ius)인데, 그것은 지금 우리가 쓰는 단어 주스(juice)의 선조다.


예컨대 어느 마케팅 연구에서 리처드 클링크(Richard Klink)는 다른 모든 요소는 똑같지만 각각 전설모음이 들어간 제품명(detal)과 후설모음이 들어간 제품명(dutal)을 한 쌍씩 만들어내고, 참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어느 노트북 브랜드가 더 크게 느껴지는가? 디털(Detal)인가, 듀털(Dutal)인가? / 어느 진공청소기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가? 케피(Keffi)인가, 쿠피(Kuffi)인가? / 어느 상표의 케첩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가? 넬렌(Nellen)인가, 눌렌(Nullen)인가? / 어느 상표의 맥주가 더 진한 색일 것 같은가? 이사브(Esab)인가, 우사브(Usab)인가?

각각의 질문에서 후설모음이 들어간 제품(Dutal, Nullen)이 더 크고, 더 무겁고, 더 진한 제품으로 선택되었다. 


1961년 미국의 루벤(Reuben) & 로즈 매투스(Rose Mattus)가 설립한 회사로, '하겐다즈'라는 브랜드명에는 아무런 뜻이 없다. 창립자인 루벤 매투스가 자신들이 파는 아이스크림을 유럽에서 만든 고급 아이스크림처럼 인식시키고자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발음들을 조합해 만든 국적불명의 이름이라고 한다. 


퀴진의 문법은 본래 일본의 작은 절에서 만들던 스낵인 포춘 쿠키가 어찌하여 미국의 중국 식당에서 당연히 먹게 되는 미국 식객들이 중국 퀴진에서 느끼던 디저트의 공백감을 채워주는 기본 디저트가 됐는지도 설명해준다. 


케첩, 시럽, 아스피크, 칠면조, 마카롱, 셔벗, 아락 같은 것들은 페르시아의 샤, 바그다드의 칼리프, 프로방스의 군주들, 뉴욕의 거부들이 먹던 고급 식사 뿐 아니라 푸젠성 출신의 선원들, 이집트의 약사들, 멕시코의 수녀들, 포르투갈의 상인들, 시칠리아의 파스타 장인들, 애머스트의 시인들, 그리고 뉴욕의 제빵사들이 먹던 식사의 언어학적 화석이다. 각 음식은 차용되어간 퀴진의 암묵적인 구조에 순응하기 위해 전달되고 변화했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 자신의 부족이나 민족의 언어적 습관과 요리 습관은 모든 부족과 민족에게 해당되는 습관이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언어와 문화는 깊은 공통성을, 우리 인간이 되게 해주는 사회적・인지적 특징을 공유한다. 이런 사실들, 즉 차이에 대한 존중, 공유된 인간성에 대한 신뢰 등이 자비의 조리법에 들어가는 재료다. 그것이 음식의 언어가 주는 마지막 교훈이다. 




'공감'과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