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노트작성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이전부터 이 책의 소문은 듣고있었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지..했는데, 이 책 역시 전자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트래블러스노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일본으로 유학을 와서 부터였다. 그리고, 이 안에 아무것도 없는 요물(?)노트를 대체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과 트래블러스노트 유저카페를 통해서 다른사람들이 활용하고 있는 노트들에 푹 빠져 감상했고, 이러저러한 흉내와 시도들도 해보았다. 그러면서 현재는 나 나름의 사용법이 정착된 것 같다.
저자 역시 오랜기간동안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본인만의 노트활용법을 정착시켰다. 그리고 저자 역시도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정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며 읽지는 않았다. 내가 현재 살고있는 일본은 노트와 문구시장이 아직도 활발히 살아있는 몇 안되는 나라이기도 하고,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삶이 우대받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점에 가보면 문구활용이나 노트활용 등에 관한 책은 정말 넘쳐난다. 심지어 정기간행되는 잡지들도 있다. 워낙의 그러한 책들도 많이 읽어봤고, 심지어 분기별로 발간되는 만년필관련 문구잡지는 빼먹지않고 사서읽고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굉장히 간결하고, 내용 또한 심플하다. 즉, 군더더기가 없다.
거기에, 내가 이 책 평점에 별을 5개나 줄 수 있었던 점은 노트를 정리하거나 활용하는 기술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노트를 어떻게 쓰고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나 활용방법이 기술되어 있지만, 이 책의 메인 내용은 사고의 흐름이다. 왜 메모를 해야하며, 그것을 어떠한식으로 정리하고, 거기서 세부적으로 어떻게 노트를 나누어 다시 정리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설명하는데.. 이는 저자가 메모단계에서부터 자신의 생각을 어떠한 식으로 정리하고, 그것을 어떻게 유효하게 활용해 나가는지에 대한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즉, 메모 및 노트의 기술은 결국 자신의 생각을 좋은방향으로 패턴화시키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메모와 노트작성을 통해, 행동은 습관화시키되 사고는 정체시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 느꼈다. 굳이 노트에 대해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심화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사고'란 것에 대해 아주 복잡하고 심각하게 쓴 여느 다른책들에 비해, 가볍게 읽히면서도 심플하고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 책속에서 몇 가지 내 노트에도 활용할 수 있을 만한 방법들을 건져서 기쁘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함께 읽고있는데, 이게 아주 굿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생각과 기록, 사고의 흐름.. 등 많은 부분을 더 심도있게 생각해볼 수 있다.
메모를 오래 하다보니 깨달은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메모의 목적은 기록이 아닙니다. 메모의 목적은 생각정리입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고 매번 실패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메모하는 방법을 찾는데 몰두하고 정작 내 것을 적는 것에는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법은 그때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내 것을 편하게 적으니까 그 내용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 주더군요. 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쓰고싶으면 쓰고, 붙이고 싶으면 붙이면서 원하는 대로 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방법이 나오게 되었고 그것이 곧 제 메모 방법이 되었습니다.
메모라는 행위 자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할 일이 많아서 바쁘다고는 하지만 어떤 일이 얼마만큼 시간이 걸려 얼마나 바쁜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하는 일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 감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지요. 막연히 해야 할 일만 적어서 늘어놓는 것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소요 시간을 모르면 스케줄링이 불가능합니다. 오늘 해야 할일이 오늘 사용할 수 있는 시간보다 많으면, 잘라서 다른 날로 적어 두거나 오늘 일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누군가 정해 준 시간에 맞춰 뭔가를 하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남이 정해주는 시간을 쓰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은 매번 시간 맞추기에 바쁩니다. 이런 시간 관리 방법은 전체를 위한 통제와 관리의 수단이지 개인의 효율을 위한 방법은 아닙니다.
- 무엇인가를 쓰고 정리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 내 경험을 종이에 적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써서 남긴 나의 기록은 과거를 기록하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머리속에 있는 것을 종이에 적는 것 자체가 생각이 머리속에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는 것이고, 밖으로 나옴으로써 이미 객관화된 것이며, 그것을 다시 자기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전보다 훨씬 더 논리적일 수 있게 됩니다.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사람에게 좋아진 것은 번거로운 아날로그식 관리 방법이 개선된 것뿐이지 생각까지 대신 해주게 된 것은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짜고 문서의 레이아웃을 결정하며 자료 간의 구성을 짜서 결론을 도출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과거의 노트에 추가로 내용을 적고 다시 시간이 흐른 후에 새로 느끼는 변화를 추가로 적어 두는 일은 정말 짜릿하고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다른 여러 시간대의 내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시간을 초월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이 되는 것이죠,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스템 다이어리나 스케줄러 같이 노트 안에 이미 정해져 있는 레이아웃을 그대로 따라가는 데는 어쩔 수 없는 시간이 걸립니다. 노트에 있는 레이아웃은 일종의 생각의 구조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노트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그 노트를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의 생각구조에 자신을 맞추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레이아웃이 자신이 노트를 쓰는 목적과 비슷한 결과물을 가져다준다고 기대하기에 시스템 다이어리나 스케줄러를 쓰는 것입니다.
메모를 하며 제가 경험한 변화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선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고요. 상대의 이야기를 그 앞에서 당당하게 적을 수 있게 되었으며, 제 생각이나 판단에 더는 열등감과 불안함을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예술 작품을 순수하게 감상하는 때가 늘었고, 공부하고 외우지 않아도 다양한 지식이 섭렵되는 재미가 생겼으며, 어떤 사람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과 배울 점을 찾는 겸손함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볼펜 한 자루, 노트 한 권에 뿌듯해하는 행복을 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감'과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Books >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댄 주래프스키 『음식의 언어』 (0) | 2017.03.09 |
---|---|
히가시노 게이고 『공허한 십자가』 (0) | 2017.03.09 |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작팀 『공부하는 인간, 호모 아카데미쿠스』 (0) | 2017.03.09 |
앤디 위어 『마션』 (0) | 2017.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