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읽고말았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생각해보면 정유정작가의 책은 은근 꽤 읽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읽기 전에 준비가 필요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책 역시 그러했다. 사실 모든 책이 그런건 아닌데, 이번 책 역시 소재가 어떠한 내용인지 이미 알고 읽긴 했기에, 마음에 준비가 필요했다. 나는 여전히 해피엔딩이 좋고, 이왕이면 밝은 내용을 읽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많이 알려지다시피 어느 사이코패스적 사건과 연관된 작품이다. 물론 작가는 소재와 모티브만 빌려왔지 완전 새롭게 창작된 작품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탓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그 사건에 대해서 사실 정확하게 찾아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을 시작해버렸고, 역시나 단숨에 완독을 해버리기도 했다. 역시 정유정작가는 페이지터너임에는 틀림없고, 또 사람의 심리를 정말 잘 서술하는 작가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어김없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역시 있었으니, 이 책 역시 다 읽고나서보니 너무 기가 빨렸다. 《28》 같은 작품을 읽을 때도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이번책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한다면 역시 《종의 기원》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작가가 사이코패스의 머리속에 들어가서 서술을 해댔으니, 책을 읽으면서 너무 힘들었다. 이번에는 그보다 조금 더 현실판이라고 해야하나?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서술하다보니, 어찌보면 더 생활밀착형이다. 그리고 화자가 여럿 있어서 더 알기 쉬우면서도 어찌보면 더 섬뜻했다. 뭔가 찐한 심리스릴러 막장드라마를 한편 본 느낌이랄까? 자신에게 확신을 갖는 나르시스트가 주변사람들을 가스라이팅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너무 적나라하고 자세하게 알려줘서, 다 읽고나니 뒷맛이 개운치않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푹 들어가서 소설을 읽었고, 이게 아마 정유정작가의 덫(?)이 아닐까 싶다. 이 필력으로 밝은내용 한번 써주셨으면...ㅠㅠ 덕분에 잠시 디스토피아, 스릴러 휴지기를 가져야할 것 같다.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_ 작가의 말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_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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