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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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상희 『인류의 진화』

| Mashimaro | 2023. 10. 12. 20:32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또 전자책은 언제 나오는지 목빠지게 기다렸던 것 같다. 사실 그걸 안 한국에 있는 친구가 이미 종이책을 사서 나에게 선물해주었고, 또 얼마지나지 않아 전자책도 발행되었기에 두가지 버전으로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이상희 선생님이 여러 책을 출간하셨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계보상 《인류의 기원》을 잇는 책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인류의 기원》을 함께읽었던 친구들에게 다시 엄청나게 추천하게 되었던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 역시 별점 다섯개로 만점이다. 

 

인류의 기원》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중복된 내용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그보다 많은 업데이트가 있었고 또 설명이 더 친절해진 느낌을 받았다. 《인류의 기원》은 칼럼형식이라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고인류학적 정보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나 고정관념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면, 이 책 《인류의 진화》는 그보다는 텍스트북 같은 느낌이다. 물론 텍스트북이라고 해서 재미없고 딱딱한 느낌이라는게 아니라, 조금 더 잘 정리가 되어있어서, 시기순으로 잘 정리가 되어있기도 하고, 고인류학에 있어서 잘 몰랐던 개념에 대한 설명을 매우 친절하게 해주기도 한다. 최근에 고인류학관련 책들을 여러권 함께 읽고 있는 지인이 개념에 대한 질문이나 인골의 계통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하는데, 그러한 면에서 정말 꼭 알맞게 추천해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고인류학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들을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하나의 업데이트라고 한다면, 이전 《인류의 기원》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거나, 그 이후에 갱신된 현황을 이야기해준다는 것이다. 《인류의 기원》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못했던 호모 날레디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데니소바인 관련 정보, 그리고 스반테 패보 박사의 연구가 가져온 고인류학계의 많은 변화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사실 나 역시도 이 분야에 한다리 걸치고 있는 연구분야로서, 스반테 패보의 고유전체학 등장 이후로 이 분야는 정말 눈코뜰새없이 데이터가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하면서도 그걸 너무나도 알기 쉽게 풀어낸 이 책을 안좋게 평가할 수가 없다. 정말 다시 한 번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게 되었던 것 같다. 고인류학이 궁금한 사람도, 혹은 아직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한번쯤 읽어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학생들한테도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그럼 농경이 자리 잡으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된 인류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저작근을 덜 쓰게 되면서 인류의 턱뼈는 작아지지만 타고난 치아의 크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결과 치열 부정합이 늘어납니다. 특히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는 일본 지역의 선사, 역사 시대 인골에서는 덧니, 뻐드렁니 등의 치열 부정합이 농경의 정착과 더불어 많이 나타납니다. 그만큼 익혀서 부드러워진 음식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계통적으로 갈라진 것은 150만 년 전쯤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침팬지 계통이 인류 계통과 갈라진 것이 500~800만 년 전에 일어난 일이니까 그보다 훨씬 뒤에 침팬지 내에서 계통이 갈라진 셈입니다. 인류의 처지에서 보면 둘 다 똑같은 사촌입니다. 보노보보다 침팬지가 인류에게 더 가까운 것도 더 먼 것도 아닙니다. 침팬지와 인류가 가깝기 때문에 침팬지가 보이는 폭력성과 공격성이 인류에게 나타난다면, 보노보가 가지고 있는 특징 역시 인류에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수렵 적응을 해오던 네안데르탈인에게 큰 시련이 닥친 것은 13만 년 전 기온이 잠깐 상승했던 무렵입니다. 이때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도 섭씨 2도가량 높았습니다. 기온이 따뜻해졌는데 어째서 시련이 되었을까요? 광활한 초원 지대는 눈 깜짝할 새에 우거진 숲으로 변했습니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은 매머드같이 거대한 몸집의 동물보다는 토끼같이 작고 빠른 동물에게 유리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에게 고기를 제공했던 몸집 큰 동물들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매머드 대신 토끼로는 턱없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심리학자 로빈 던바 Robin Dunbar는 사회적 두뇌 가설을 주장합니다. 사횢거인 동물일수록 머리가 크다는 내용입니다. 사람의 머리는 부피가 클 뿐만 아니라 그 안을 채우는 뇌세포가 쭈글쭈글한 주름을 이루면서 표면적을 최대한 늘렸습니다. 지극히 사회적인 동물인 사람이 서로에 대한 정보와, 서로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 쓰는 장기로서 큰 두뇌가 진화했다는 가설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뇌가 작은 고인류 집단은 복잡한 사회연결망이 없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동굴 지층의 고기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주로 '추운' 시기의 지층에서 발견되었고 데니소바인은 주로 '따뜻한' 시기의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추운 시기에 살았다니 과연 극히 추운 기후에 최적화되었다고 알려진 네안데르탈인답습니다. 

 

네안데르탈인보다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많은 개체수를 가지고 있었고 더 넓은 지역에 퍼져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아시아 전체에 퍼져 있었던 데니소바인의 유전자에는 적어도 두 집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나는 뉴기니와 호주의 원주민에게 발견되는 유전자 집단이고 또 하나는 아시아 대륙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집단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데니소바인은 과연 존재했을까요? 여태껏 데니소바인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데니소바인은 뼈가 아닌 유전자로만 존재하는 고인류입니다. 새끼손가락뼈 반 마디와 이빨 몇 점만 가지고 데니소바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유전자가 널리 퍼졌었다고 해서 데니소바인이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가 바로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데니소바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데니소바인'이라는 집단이 존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데니소바인'이라는 집단이 과연 존재하는지는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유전자가 곧 집단이 아니고 곧 종도 아닙니다. 

 

데니소바인은 처음 발표되었을 때 새로운 화석종이라는 선언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발견에 새로운 화석종명을 붙이는 경향에서 벗어나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 것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스반테 패보 Svante Paabo다운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패보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유전자 교류가 있었고 이 두 집단 간에 유전적 장벽이 두껍지 않았음을 확인한 학자입니다. 그런데 데니소바인을 처음으로 발표한 연구팀 중에는 새로운 화석종으로 발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연구팀의 일원인 러시아의 대표적인 고인류학자 아나톨리 데레비안코 Anatoly Derevianko는 데니소바인을 호모 알타이엔시스 Homo altaiensis라는 새로운 화석종으로 발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호모 사피엔스 알타이엔시스라는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이라고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결국 데니소바인은 현생인류의 한 집단이라는 해석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바닷물의 높낮이는 기온으로만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빙하가 녹아서 바닷물이 많아지면 해수면이 올라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바닷물이 많아지면 바다 자체의 무게가 늘어납니다. 바다가 무거워지는 것이지요. 무거워진 바닷물 때문에 해저층이 더 내려앉게 되고 그 결과 해수면이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고환경을 복원하는 작업은 이렇게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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