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HONG[本]'은 일본어로 '책'이라는 뜻입니다.

Books/Book Review

정지원, 정혜선, 황지현 『도쿄 X 라이프스타일』

| Mashimaro | 2023. 7. 14. 13:55

 

 

 

 

 

도쿄에 대한 책을 많은 읽는 편은 아닌데, 왠일인지 이 책이 눈에 꽂혔다. 사실 이런 책은 트렌트를 반영하는 책이라 너무 묵혀두고 읽으면 그 트렌드가 이미 지났거나 다른 느낌으로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사실 이 책도 좀 묵혀두었던 책이기는 하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거치기도 했고, 또 도쿄도 일본 안에서는 그나마 변화가 꽤 빠를 곳이기도 한지라 현재의 트렌드를 파악할 목적으로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뭐 사실 이렇게 동기를 거창하게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을까..하는 마음과, 최근에 읽었던 책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책을 읽고싶어서 고른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참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본에서 10년 이상을 살고있고, 심지어 도쿄에서 생활해 본 적도 있었기에.. 책속에서 이야기하는 도쿄는 사실 익숙한 점이 많지 새로운 느낌은 그닥 받지 못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내가 모르는 세상이 참 많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알고있는 사례들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도쿄를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물론 한국인을 대상으로 그리고 여행에 활용할 것을 대비해 위치와 좌표 등도 제공하고 있지만, 일본에 살고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읽어보아도 색다르게 들러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내가 익숙한 도시, 익숙한 곳을 새로운 관점과 기준으로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이라면 비단 도쿄가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아니면 내가 살고있는 집근처, 아니면 출장이나 여행으로 새롭게 방문하는 곳도 새로운 느낌으로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점 하나만 보아도 이 책을 읽은 건 참 잘한 일이다 싶다. 

 

 

 

도쿄의 이방인들은 왠지 모르게 일본인의 고집스런 DNA를 이식받은 듯하다. 이들은 일본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 자신만의 갈래로 삶의 방식을 집요하게 엮어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다른 이들이 같은 갈래의 목적이나 관심사, 또는 경제적 사정으로 한곳에 모인다. 지금의 도쿄는 이러한 취향의 공동체가 이뤄내는 다양한 삶, 즉 라이프스타일이 브랜드가 되는 도시다. 길 위를 걷는 사람들보다 무지나 츠타야 안의 사람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도시 말이다. 도쿄는 지금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 가능한 도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루이비통뿐만이 아니다. 현재 무언가를 가장 잘한다는 브랜드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변화의 시대에 변화가 시작되는 예민한 지점을 짚어내고 그것을 현재의 언어·시각·문화적 언어로 해석하고 소화하는 것 말이다. 성공하는 마케팅의 핵심은 ‘현재성’에 있다. 변화의 속도나 강도가 남다른 지금, ‘우리가 대체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세밀한 관찰과 날카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문학과지성사의 트위터는 카드뉴스와 책 소개로 타임라인을 꾸리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트위터도 행사 소개와 베스트셀러 소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책’이라는 근엄한 매체에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교육용’이나 ‘교양용’으로 느껴질 뿐이다. 이카분코는 조금 다르다. 오늘 먹은 것과 하늘 색깔에 대한 글 사이에 책 이야기가 끼어들어간다. 책을 배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 부담 없이 스며드는 즐거움으로 취급한다. 팔로워로 하여금 단순히 어떤 책을 사고 싶게 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함께하는 점장의 일상을 내 일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복고라는 컨셉이 마케팅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중 타깃’에 있다. 복고 컨셉은 필연적으로 두 그룹의 타깃을 노리게 되는데, 첫 번째는 그 시절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다. 타깃이 넓어진다는 건 기본적으로 유리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갈팡질팡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제품이나 콘텐츠는 이중 타깃을 향하더라도, 실제 제한된 세일즈 환경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디테일이 분산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빠도 좋아하고 아들도 좋아하는’과 같은 메시지는 모두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한평생 ‘Music is my life’를 외쳤던 사람도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나 패턴은 계속 변해왔을 것이다. 과거 LP나 카세트테이프, CD를 사던 시절을 지나 MP3를 다운로드하고, 지금은 당연히 음악에 ‘접속’하고 있을 것이다. 비물질적인 콘텐츠인 ‘소리’를 물리적인 것으로 소유하던 시절에서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던 시절을 지나 각자의 취향에 따라 시스템이 추천 곡으로 플레이리스트를 짜주기까지, 그 시간은 채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지금 카세트테이프를 산다는 행위가 주는 가치는 당연하게도 20년 전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일 것이다. 요즘 뉴욕의 힙스터들은 소니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패션에 복고 열풍이 불듯 일상에도 아날로그 감성이 침투한 것이다.

 

이렇게 유효기간이 계속 연장되는 노트는 마치 매월, 매년 갱신하는 멤버십처럼 사용자의 시간을 붙잡는다. 노트 하나를 샀을 뿐인데 경험은 계속 리뉴얼된다. 이것이 최대한의 자유로움을 선사하고 지속과 확장의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트래블러스 노트가 충성 고객을 만드는 방식이다. 

 

도쿄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보며 필자들에게 가장 자극되었던 부분은 도쿄의 수많은 편집숍들을 하나로 관통하는 트렌드가 없다는 점이었다. 대다수의 도쿄 편집숍들과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은 트렌드 없이, 오직 제안자의 아이덴티티로 꽉 채워져 있었다. 자기가 가진 고유한 개성에 완성도를 더하고 더해 ‘이렇게 한번 살아보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여기에 도쿄의 고집스럽고 섬세한 행동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단단한 문화, 그 문화를 공유하는 감성이 섞여 도쿄의 브랜드를 완성해낸다. 개성 있는 사람들이 브랜드의 빈 공간을 채우며 비로소 도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완결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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