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덕후, 플래너덕후, 노트덕후로서.. 일기나 기록에 관한 책들은 책장에 쌓아두고 주기적으로 한번씩 꺼내읽는 편이다. 이건 내가 기록을 잘하려고 혹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법을 참고하려고..라기보다는 거의 덕후적인 느낌으로, 나와 비슷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힐링(?)을 얻으려고 하는 행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런 느낌으로 오랫동안 책장 안에 묵혀있었던 책인데, 왠일인지 땡겨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단숨에,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조경국 작가도 글을 참 잘 쓰는구나..하는 생각을 이제서야 새삼 하게 되었다.
여느 기록 혹은 일기에 대한 글을 읽을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기록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일기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특히 ‘일기’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깊이 파고들게 되었던 것 같다. 이건 나의 직업적인 면 혹은 성향적인 면과도 연결될 수 있는데, 나의 경우는 처음 시작부터 역사를 훑어주거나 매우 기본적인 개념부터 설명해주기 시작하면 굉장한 안정감을 느낀다. 물론 그 글이나 설명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에게 있어서는 어찌보면 이 책이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무언가 매우 안정적으로 설명해주는 느낌.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해주는 느낌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경국 작가에 대한 궁금함도 조금씩 더 생기는 중이다. 그러니 당연히 다른 책들도 더 찾아 읽어야지…ㅎ
일기는 문자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기록을 남기고픈 욕망을 가진 인류는 사냥을 하고 돌아와서 잡아 온 동물을 동굴 벽에 ‘일기처럼’ 그렸을 겁니다. 기록하는 인간, 호모 아키비스트가 어쩌면 인류 진화에 가장 기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이태준 선생은 일기란 그날 하루의 중요한 견문, 처리 사항, 감상, 사색 등의 사생활기私生活記라고 했죠. 그리고 “누구나 아까운, 의의 있는 생활을 기록하는 것이 일기이다. 보고 들은 것 가운데, 또 생각하고 행동한 것 가운데 중요한 것을 적어 두는 것은, 그것은 형태가 없는 것이나 모조리 촬영한 생활 전부의 앨범”이라며, 인생의 희로애락과 같은 형태 없는 것까지 사진처럼 남겨 둘 수 있는 것이 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몇 가지 필수 요소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날씨, 사건, 감상, 서정, 관찰, 사교입니다. 그리고 일기를 쓰면서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자기’라고 말합니다.
'♡공감'과 '댓글'이 큰 힘이 됩니다.
'Books >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임스 팰런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0) | 2023.07.15 |
---|---|
김영하 『여행의 이유』 (0) | 2023.07.15 |
정지원, 정혜선, 황지현 『도쿄 X 라이프스타일』 (0) | 2023.07.14 |
조유전・이기환 『고고학자 조유전과 이기환의 한국사 기행』 (0) | 2023.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