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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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이사카 고타로 『사막』

| Mashimaro | 2023. 3. 29. 13:05

 
 

 
 
 

이 책은 참.. 사실 거의 10년쯤 전에 일본어 원서로 사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당시 나는 일본에 유학와서 얼마지나지 않은 시기였고, 일본어공부도 할 겸, 또 책도 읽을겸 해서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이 책을 선택했던 또하나의 이유는 저자인 이사카 고타로가 우리학교 출신의 작가라는 점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도호쿠대학 법학부 출신이고, 그래서인지 센다이지역을 무대로 한 작품들을 꽤 많이 쓴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이 《사막》이라는 작품은 작가의 출신학교인 도호쿠대학 법학부를 무대로 한 대학생들의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지라, 아무리 원서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소재면에서 읽기 수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것도 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 꽤 이른 타이밍에 책읽기를 포기하고 오래동안 묵혀놓은 책이기도 하다. 내용자체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생각했던데로 작품의 배경을 이미지화하기도 쉬워서 읽기는 수월한 편이었으나, 문제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마작에 대한 부분이었다. 실제로 마작의 패 그림이 그대로 등장하는데, 사실 이걸 이해하면서 읽으려고했으니.. 당연히 술술 읽힐리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냥 넘겨도 되는 부분인데 말이다.. 사실 도호쿠대학은 이미지적으로 마작과도 뗄 수 없는 연결고리가 있으니 그것까지 이해해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다. 
 
아무튼 그렇게 오래동안 묵혀두었던 책을 이번에 한국어로 읽었다. 어찌나 술술 읽히던지...ㅎㅎ 말 그대로 청춘시절의 이야기이고,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작년에 센다이를 떠나 온 나로서도 오랜만에 추억에 젖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제목인 '사막'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주지만, 그것이 작품 안에서 엄청나게 임팩트를 가지고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품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꼭 필요한 그러한 단어이기도 했을 것이다. 아무튼, 단순한 청춘스토리라고 하기에는 꽤 임팩트 있는 에피소드들을 막 섞어 두었지만 오히려 이사카 고타로스러워서 좋았고,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전개 또한 좋았다. 사실 도리이의 왼팔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때는 나도모르게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그만큼 은근히 푹 빠져서 읽게되었던 재미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특히 나에게는 예전 추억들을 새록새록 되살려주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바로 그겁니다." 니시지마의 목소리가 커진다. "아까 말한 모금 활동도 마찬가집니다. 역사라든가 세계라든가하고는 상관없어요.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어려움, 위기! 그걸 해결하면 되는 겁니다. 항생제가 있으면, 그냥 주면 됩니다. 필요한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그냥 막 주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자기 눈 앞에 있는 사람도 못 구하는 인간이 더 큰 일에 일조할 리 있겠습니까. 역사는 무슨 얼어 죽을 역사입니까. 당장의 위기를 해결하면 되는 거라구요. 지금 내 눈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인간이 내일, 이 세계를 무슨 수로 구한다는 겁니까."
그 자리의 분위기가 갈수록 가라앉는 건 명백했지만 나는 간만에 가슴속 깊이 통쾌함을 느꼈다. "그냥 항셍제를 주면 됩니다." 내 속이 다 후련했다. 
"얼마 전엔 세계 정세를 생각해야 된다고 하더니만."하고 비난하는 도리이도 기분 나쁜 눈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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