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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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 Mashimaro | 2022. 11. 1. 16:18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빌 브라이슨은 정말 너무 좋아하는 작가인데,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정작 이제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역시, 빌 브라이슨!'을 외칠 수 있었다. 최근에 꽤 많은 과학교양서를 읽은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역시나 빌 브라이슨 특유의 위트와 쉬운 문체로 방대한 내용을 잘 다뤄준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이 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책의 구성이 연구사를 중심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빌 브라이슨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지구의 역사인데, 이러한 지구의 역사를 연대기순으로 정리했다기 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연구자들의 등장을 통해서 학사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역사순서대로 지식을 습득하는 형태가 아니라, 당시 연구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론과 과학기술이 등장함으로 인해 어떠한 것들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는지..와 같은 연구자들이 느끼는 쾌감과 희열을 조금이나마 함께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수업때 학생들에게 이렇게 설명해줬으면 더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반성도 하게 했다. 역시 연구와 프레젠테이션은 전혀 다른 능력치가 필요한 작업이다. 더 좋은 수업을 위해서라도 빌 브라이슨의 그 화법과 위트를 좀 벤치마킹해두어야겠다.  

 

 

 

그렇지만 나는 어떻게 우리가 수천 킬로미터 밑의 땅 속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는가를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다. 눈으로 본 적도 없고, X선이 통과할 수도 없는 지구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고,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내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것이 그 이후로 과학에 대한 내 생각이었다.

 

컬럼비아 대학의 에드워드 P. 트라이온에 따르면, “왜 그렇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저 우리의 우주가 가끔씩 만들어지는 우주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구스는 “트라이온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우주가 탄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중에서 얼마나 많은 우주가 실패해버렸는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도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과학의 세기로 들어서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입자와 반(反)입자들이 떠도는 어리둥절한 영역 속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나노초(10억 분의 1초)가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짧은 시간에 물질들이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것을 비롯해서 모든 것이 이상하게 보이는 세상이었다. 과학은, 물체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측정을 할 수 있는 거시세계로부터 모든 일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미시세계로 들어서고 있었다. 양자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문을 처음 두드린 사람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불행한 삶을 살고 있던 막스 플랑크였다.

 

사망한 후에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기 때문에 상을 받기 위해서는 천재성과 함께 수명도 중요하다.

 

물론 1905년의 특수 상대성 이론도 엄청나게 중요한 업적이었지만, C. P. 스노가 지적했던 것처럼, 만약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밝혀내지 못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아마도 5년 이내에 같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그런 이론은 밝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반 상대성 이론은 전혀 달랐다. 1979년에 스노는 “그의 이론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에도 우리는 그런 이론이 등장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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