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本]'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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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 Review

김초엽 『수브다니의 여름 휴가』

| Mashimaro | 2022. 11. 1. 14:20

 

 

 

 

김초엽작가 역시 내가 두말않고 작품이 나오기만 하면 구해서 보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엮이지 않은 개별 작품으로도 접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번 《수브다니의 여름 휴가》 역시 단편이고 밀리의 서재에 공개되었길래 찾아 읽었는데, 읽으면서 역시 김초엽!을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영문도 모를 묘한 편지글로 시작되는 내용이 이러한 전개였다니.. 이 분량 안에서 이렇게 촘촘하게 이야기를 얽어놓았다니...!

 

이렇게 짧은 소설을 통해서 많은 생각과 흥미를 불러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초엽 작가의 작품은 거의 실패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단편소설의 이미지를 바꿔준 결정적인 작가가 아닐까 싶다.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점의 그녀의 상상력이다. 근데 그게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늘 설득력이 있고 개연성이 있다. 그 안에 자신의 세계관을 녹여내는 것도 늘 잊지 않는다. 그런데 심지어 작품의 텀이 잛고 다작을 한다. 이렇게나 이상적일수가!! ㅎㅎ

 

예전에 김초엽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서, 과학도로 살다가 작가로 전향하면서 SF소설의 공식이랄까 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 것을 들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김초엽 월드를 구축해내었다. 이 《수브다니의 여름 휴가》가 앞으로 또 어떤 작품들과 같이 만나서 어떤 단행본으로 엮여서, 어떠한 맥락을 가지고 재탄생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손님들은 그 사실을 쉽게 잊어버려요. 손님들에게는 피부의 기능 따위보다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우선이거든요. 피부가 자기표현의 매개체라고만 생각하는 거에요. 

"무언가를 원하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필요할까요?" "꼭 그런 건 아니죠. 그래도 보통은 이유가 있죠. 우리가 살면서 원하는 것을 곧바로 달성하긴 쉽지 않잖아요. 그럼 자신이 바라는게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차선책을 고민하는 게 답이 될 수 있죠. 금속 피부를 왜 필요로 하시는지, 그 이유가 뭔지 알면 저도 같이 대안을 고민해 드릴 수 있어요." "아무도 이해 못할 이유인걸요." "그래도 저에게만 말해보세요. 사장님께는 말씀 안 드릴게요." "녹슬고 싶어요." "네?" "녹슬고 싶어요."

 

"아니, 그건 아니지. 안 할 거야. 무슨 사정인지 몰라도, 설령 수브다니가 국보를 훔쳤다고 해도 피부는 붙여놓고 신고해야지. 일단 우리 손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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